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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0 21:05 수정 : 2005.07.13 04:07

북한에 또 다시 식량 위기가 다가온다고 한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하루 식량 배급을 3백그램에서 2백그램으로 축소했다고 한다. 올 농사가 흉작일 경우 1990년대 중반처럼 대량 아사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절박한 기아의 현실 속에서도 북한은 핵무기를 카드로 미국과 위험한 생존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이 북한 핵시설 폭격론을 들고나올 때마다 가슴이 조여든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더욱 불안해진다.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의 선후를 물었을 때 공자는 첫째 ‘족식’(足食), 둘째 ‘족병’(足兵), 셋째 ‘민신’(民信)이라고 했다. 국가경영의 요체는 경제적 번영과 자주국방 그리고 국민의 신뢰라는 것이다. 불가피할 경우 이중에 가장 먼저 버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 첫째가 ‘족병’이며 그 다음이 ‘족식’이라고 했다. 나라의 울타리는 군대이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경제라는 것이다. 국민에게 세 끼 밥을 제공하지 못하는 정권이 어떻게 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 수없이 이어지는 탈북자의 행렬이 이것의 반증이다.

몇 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미국과 상대하여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대적하여 옥쇄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북한이 주장하는 핵 억지력의 과녁은 무엇인가. 아마도 지금까지 이룩한 것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또 다른 전쟁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남쪽의 평화의지일지 모른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남북이 합의한 비핵화 원칙에 위배된다. 뿐만 아니라 4천8백만 남한 동포를 볼모로 잡고 있는 형국이라면 이것은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 민족끼리’의 공존공영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이달 중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리한 핵대치 국면을 종식하고 회담장에서 생존과 공영의 길을 협상해야 한다. 밥이 하늘이란 말이 있다. 밥 없이 국민 없고, 국민 없이 나라 없다. ‘족식’이 곧 안보이다.

김혁동/KBS 국제방송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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