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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3 20:31 수정 : 2005.07.13 20:31

박인하 교수

야,한국사회

6자회담 재개가 결정되고, 북한 핵문제가 해결을 위한 대화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12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전력을 직접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공개적으로 내놓았고, 여기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그런데 이번 북핵문제를 위한 6자회담 재개국면에는 일본의 역할이나 위치가 모호해 보인다. 지난 10일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한 관련국들의 노력을 평가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만 아무런 평가를 하지 않았고, 북한은 같은 날 외무성 대변인의 입을 빌어 “일본만은 6자회담 재개에 기여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보다 앞선 4일치 <민주조선>에서는 일본에게 “한쪽 켠에 비켜서서 문제의 해결과정”이나 “구경”하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십수년 전부터 계속되었던 북한 핵위기와 문제 해결의 진행과정은 주로 명분 공방이나 밀고 당기기식의 논의로 일관되어 지루하기만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루 하루 삶에 지친 개인의 처지에서 국제정치적 지형에 따른 주변국가의 입장 등의 변수를 고려해 해결과정을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그렇다. 주로 큰일 났네, 해결되는구나 정도의 감상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상황은 일본의 공개적 왕따로 이야기 전개에 흥미를 더해 주고 있다.

일본은 6자회담의 국면에서 오로지 일본인 납치문제에만 집착하며 회담을 방해하는 한편, 북핵 위기의 국면에서 미국의 대북한, 대중국 전략의 파트너로 군사무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서슴치 않고 보여주었다. 자신이 저지른 불행한 과거에 대해 진실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주변국과 평화롭게 공존하려는 모습보다는 강력한 경제력에 버금가는 군사력을 보유하려고 하는 (상당부분 이미 보유한) 일본은 ‘우정의 동반자’가 되기에 너무 먼 거리에 있다.

카와구치 카이지의 <침묵의 함대>라는 만화가 있다. 일본은 비밀리에 미군 소속의 핵잠수함 ‘시배트’를 건조한다. 시배트의 함장 가이에다 소령은 미군의 군사통제에서 벗어나는 반란을 일으키고 잠수함의 이름을 ‘야마토’로 바꾸어 야마토 잠수함이 미군과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국임을 선포한다. 이때부터 미국과 러시아는 최신예 핵잠수함 야마토를 격침시키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만화에 등장하는 일본의 태도다. 명분상 야마토는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국가라고 이야기하지만, 만화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이나 군인들은 야마토가 당연히 일본의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 장래에 일본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야마토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잠수함들과의 대결에서 승승장구한다.

만화는 만화다. 그러나 <침묵의 함대>를 보면, 최근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는 일본의 모습이 읽힌다. 전범이 아닌 원폭에 의한 피해자이고 싶어하는 일본의 모습이 읽힌다. 자신의 경제력에 걸맞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유엔 상임이사국이 되어 세계를 경영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본의 희망사항과 실천력이 만나는 지점이 아마 이번 6자회담 국면이 될 것이다. 일본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몫도 하지 못하며 여전히 왕따로 있을 것인가, 문제의 해결을 방해하려 들 것인가,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구실을 할 것인가를 관전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만화창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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