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7 18:45
수정 : 2005.07.17 18:46
세상읽기
판교 신도시 개발을 계기로 강남·분당에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후 주택문제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공급확대를 통해 ‘실수요’든 ‘가수요’든 초과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근본 해법이라는 견해도 있고, 세제개편 등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판교 신도시 건설이라는 공급확대 조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도시의 평당 분양가가 1500만원으로 예상되자 평당 1300만원이던 분당 집값이 급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확대에만 초점을 맞추는 주택정책이 경제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전체 세대의 17%가 전체 주택의 59%를 소유하고 있고, 2001년 이후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재화로서 주택이 가지는 특성을 파악한 후 공급과 수요 양쪽을 고려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만약 주택을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투자상품이나 일반재화라고 본다면, 분양권 전매를 포함한 모든 주택거래를 자유화하고 주택 보유 및 양도소득에 대한 누진세는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주택은 다른 재화와 비교할 때 몇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주택은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필수적인 재화로 인식될 뿐 아니라 기본적인 삶의 터전으로서의 의미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 집을 마련하기 어렵고,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은 여러 주택을 사고팔며 손쉽게 돈을 번다면, 그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주택은 택지의 제한과 교육·교통·자연환경 등 주변여건에서 파생되는 외부효과로 인해 공급이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고 개발이익의 배분문제가 제기된다는 특성이 있다. 수요 측면에서 보자면 실제 거주 목적의 수요와 가격상승을 기대하는 투자 및 투기수요가 혼재되어 있다.
이처럼 주택은 공급경쟁이 자유롭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주택가격은 별다른 제한이 없을 경우 공급원가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에 형성되고, 저금리 등 거시적 여건과 결합하여 가수요가 클 경우 거품도 생기게 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급이 최대한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한편, 가수요를 억제하고 주택분양가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품의 발생을 막고 금융시장이 주택시장의 부침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1가구 1주택 원칙에서 벗어나는 수요에 대한 세부담을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실수요인 경우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세금 중 양도소득세만 강화해서는 오히려 주택거래를 위축시키는 동결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보유세를 동시에 올려야 한다. 분양가 제한은 공급원가와 시가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건설업자뿐만 아니라 분양받는 사람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서, 1가구 1주택 원칙에 입각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분양권이 배분된다면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이다. 만약 민간 건설업자의 반발이 두렵다면 최소한 공영개발 부문만이라도 공급원가와 적정이윤을 더한 수준에 주택을 분양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국의 주택수가 700만호 남짓이었을 때 200만호를 추가 건설하여 시가보다 싼 가격에 분양하고, 가수요에 대해서는 강력한 억제책이 도입되었던 1990년대 초반 주택가격의 안정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임원혁/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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