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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0 20:24 수정 : 2005.07.20 20:26

야마무로 신이치 일본 교토대 교수

세계의창

1년 이상 중단됐던 북핵 6자회담이 겨우 재개되게 됐다. 그동안 북한이 핵무기의 제조와 보유를 선언했고, 폐연료봉을 인출했으며, 우라늄농축형 핵개발도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북한의 핵무기나 그 재료의 생산은 한반도, 나아가 동아시아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핵확산 금지 움직임에 대한 도전이다. 재개되는 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면서 먼저 핵개발 동결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일본과 동아시아의 장래도 결정하는 중요한 갈림길이다.

왜냐하면 북한 핵무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일본의 국방력 증강이나 대외 강경파의 대두를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상이 일본이며, 미사일 발사 실험은 일본을 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해서 이지스함 배치나 미사일방어 계획을 추진하는 데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돼 왔다.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이 더욱 진행되면, 일본도 여기에 대항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을 것이다. 물론 일본이 핵무장을 할 가능성이 지금은 없지만, 핵공격에 대항하기 위해선 선제공격 외엔 효과가 없다며 일본이 지켜온 전수방위라는 자위 개념을 재검토할 것은 확실하다. 더욱이 이 문제는 일본의 헌법개정과도 연결돼 있다.

1946년 공포된 일본 헌법 제9조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군사력을 가지지 않으며 교전권도 부인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현실에선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최고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경찰예비대가 결성된 뒤 오늘의 자위대에 이르는 군사조직의 확대가 진행돼, 헌법과 현실의 괴리가 문제가 돼왔다. 동시에 군사력 비보유를 규정한 헌법 자체가 맥아더에 의해 ‘강요된 헌법’이므로 일본인이 ‘자주헌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개헌론에서는 군대 보유가 ‘보통국가’가 되는 것이라며, 군대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초점이 돼왔다.

전후 60년인 올해는 집권 자민당이 창당 50년을 맞는 해여서 새 헌법 초안을 발표하도록 돼 있다. 지난 8일 발표된 초안 요강을 보면, ‘자위군’과 군사재판소의 설치가 명기돼 있다. 확실히 군대가 실체로 존재하는데도 군사력 비보유를 내건 헌법이 그대로인 것은 모순이다. 그러나 군사력 비보유와 교전권 부인이라는 사상은 결코 강요당하거나 돌연하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일본에선 1901년 결성된 사회민주당이 군비 전폐를 당강령으로 내건 이후 비전쟁론으로 계승돼온 전통을 갖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45년까지 일본 군대가 아시아 나라들을 침략한 것에 대한 절실한 반성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일본에서 헌법 제9조의 개정 문제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른 나라의 국내 문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이 있었기에 전후 일본은 60년 동안 군대의 총포로 한 명의 사람도 살상한 적이 없었다. 반면, 자민당의 개헌 요강안에서는 군대로 규정되기 때문에 군사력 행사도 합법이 되고 국외파병도 가능해진다.

우리는 동아시아 지역이 ‘대립과 분쟁의 둥지’로부터 ‘안전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눈앞의 과제에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른 나라의 위협을 부추겨 군대의 강화를 헌법으로 정당화하고, 그것이 다시 군사적 증강을 부르는 악순환에 또 빠질지도 모르는 상황에 있다. 이 악순환을 끊지 않는 한, 동아시아 지역의 안전과 안정은 실현될 수 없다. 위협과 위기의 사슬을 끊기 위해선 국경을 넘어 연결되는 평화 창출의 의지 표명이 불가결하다. 핵개발이나 군비 강화가 상호 견제의 사슬에 의해 증폭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화 창출도 사람들의 의지 표명의 사슬이 아니고서는 실현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전후 60년이라는 해를, 아시아에서 새로운 전쟁 발발로 가는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지 아닌지 하는 갈림길에 우리가 서 있다고 생각한다.

야마무로 신이치/ 교토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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