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1 20:55
수정 : 2005.07.2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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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태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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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렵사리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게 됨으로써 북한 핵위협이 한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6자회담’의 결과를 낙관할 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여러 장애들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명백히 이런 장애에 속하면서도 그 동안 거의 논의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일본 핵위협’이다.
1967년에 일본 정부는 ‘비핵 3원칙’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만들지도 않겠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발표한 사토 수상은 그 공로로 1974년에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원칙의 이면에서 일본 정부는 끊임없이 핵무기의 개발을 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초부터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최근에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는 석달이면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에는 두 종류의 핵무기 보유국이 있다. 첫째, 공식적 핵무기 보유국이다.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둘째, 비공식적 핵무기 보유국이다. 대표적인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세계에는 200개가 넘는 나라들이 있지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20개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두 범주에 속하지 않지만 핵무기의 보유와 관련해서 특이한 상황에 있는 나라가 2개이다. 하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고, 다른 하나는 핵무기를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평가받는 일본이다. 핵무기의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이 모든 나라들이 중대한 감시의 대상이다. 그리고 동북아의 평화를 비롯한 세계의 평화를 올바로 추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북한 핵위협뿐만 아니라 일본 핵위협에 대해서도 올바로 대처해야 한다.
로카쇼무라는 일본 동북부 아오모리현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1980년대 초에 일본 정부는 이 마을에 대규모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990년대 초에 공사를 시작했으며, 올해 12월부터 시험가동을 시작한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은 사실 ‘플루토늄 생산공장’이다. 플루토늄은 고속증식로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더 쉽게는 핵폭탄의 원료로 사용된다. 1945년 8월 9일 일본의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이 바로 플루토늄 폭탄이었다. 그 폭탄에 사용된 플루토늄의 양은 6kg이었다. 그런데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에서는 매년 800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게 된다. IAEA 기준에 따르면 8kg의 플루토늄이면 한개의 폭탄을 만들 수 있다.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다.
공식적 핵무기 비보유국 중에서 공식적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 보유국은 일본밖에 없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은 핵폭탄 원료생산공장이기 때문에 그 보유가 엄격히 규제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핵질서에서 일본의 지위는 대단히 예외적이다. 따라서 로카쇼무라의 가동은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 차원에서 국제핵질서의 불평등에 대한 논란에 새롭게 불을 지피고 핵경쟁을 촉발하게 될 것이다. 이런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로카쇼무라의 가동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6자회담’은 로카쇼무라의 위험성과 일본 핵위협의 문제를 긴밀히 논의하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장이 될 수 있다. 북한 핵위협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핵경쟁의 조짐을 막기 위해서도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그 자체로 핵확산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아무쪼록 어렵게 열리는 ‘6자회담’이 로카쇼무라 플루토늄 생산공장의 가동을 막고 동북아와 세계평화의 새 장을 열기를 바란다.
홍성태/상지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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