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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2 18:19 수정 : 2005.07.22 23:44

허종식 부동산팀장

편집국에서

요즘 정부·여당의 부동산 관련 발표를 보면, 부동산 불패 신화에 마침표를 찍는 게 이렇게 어렵나 하는 생각에 새삼 마음이 무겁다. 기득권 세력의 위력도 실감한다. 정부가 토지 공개념 도입을 주저하는 것도 이들의 조세저항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여당 쪽에 묻는다. 소수 있는 자의 반발은 눈에 보이고 대다수 국민들의 아픔은 보이지 않는가? 주택 투기를 잡기 위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다. 현행 종부세는 대상이 9억원 이상이다. 전국의 주택 가운데 대상은 3만5천가구 정도로 추정된다. 이번에 6억원으로 내리면 대상이 얼마나 될까?

건설교통부 통계를 보면, 대략 7만6천여가구다. 가격 폭등으로 오른 값을 감안해도 10만가구 정도다. 2004년 말 기준으로 전국 주택 수는 1298만8천가구(가구수는 1271만4천가구로 주택보급률은 102.2%)다. 종부세 대상이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이들의 조세 저항이 그토록 두려운가. 99%가 넘는 국민의 눈은 보이지 않는가?

토지 공개념 도입은 또 무엇이 문제인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은 왜곡된 토지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더 시장 친화적이다. 토지의 보유세를 높이는 것도 토지 공개념이고,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도 토지 공개념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토지를 사들여 국유지와 공유지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토지 공개념이다. 미국도 기반시설 부담금제가 시행되고 있다. 지방세 수입의 10% 정도가 이 부담금이다. 국토가 좁은 유럽은 여러 나라에서 토지 공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엇박자를 낸다. 토지초과 이득세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반시설 부담금이면 충분하다는 주장이 엇갈려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반시설 부담금제는 개발이익 환수장치로서도 미흡한 제도라고 지적한다. 땅 소유자가 토지를 개발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한 땅값이 아무리 올라도 부담금을 물릴 수 없다.

토지 공개념 도입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논쟁을 보면 착잡하다. 어떨 때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종잡을 수 없어 경제부는 물론 정치부 기자들까지 나서 탐문한다. 고민도 함께 깊어진다. 이러니 국민들은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이런 엇박자를 틈 타 일부 보수 언론들은 벌써 토지가 소수에 집중되어 있다고 발표한 정부 통계는 잘못됐다고 공박한다. 세금으로는 투기를 못 잡으니 중대형 아파트를 늘려야 한다고 딴죽을 건다. 정부 정책에 흠집을 내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본다면 큰 걱정거리다.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국민이 뒤에 있다. 투기를 잡아야 한다는 정당하고 뚜렷한 명분이 있는데 뭘 걱정하나. 만에 하나 일부 보수 언론이 딴죽을 계속 걸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면 된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땅이 소수에게 집중돼 있고, 몇몇 있는자만 투기로 불로소득을 챙기는 것은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엄연한 현실이다. 강남의 중대형 평형은 투기꾼의 먹잇감일 뿐이다.

이번이 기회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은 잡겠다”,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는데, 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종부세 법안을 만들 때 ‘부유세다. 포퓰리즘 정책이다’ 하며 강력히 반대했던 한나라당도 종부세 강화에 찬성한다. 분양원가 공개,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도 투기를 막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여야가 큰 공감대는 형성한 셈이다.

이번에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다. 무너지는 서민 마음을 붙잡아줄 방법이 없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배수진을 쳐야 한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허종식 부동산팀장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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