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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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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민준기 감독의 영화 <천군>에는 핵무기 개발을 위해 남한이 북한과 협력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적국은 10년 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처럼 일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인공이 만주족과 일본의 침입에 맞선 전쟁이 벌어지는 조선시대 때로 돌아간다는 공상여행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일본이 최근 핵 프로그램의 미래에 관한 3개의 놀라운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내가 이 영화에 관한 소식을 들었을 때 영화의 배급 타이밍에 놀랐다. 이 세 가지 결정은 일본이 세계 최강의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재빨리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능력을 아주 높여줄 것이다. 이 결정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로카쇼의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시험이 제대로 된다면 2007년에는 가동을 시작할 것이다. 로카쇼 시설은 매년 1천기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약 8t의 플루토늄을 분리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플루토늄 비축량 40.6t에 로카쇼의 예상 생산량이 보태지면 2020년까지 일본의 비축량은 145t으로 높아진다. 그린피스의 숀 버니가 지적하듯이, 일본은 그때가 되면 “미국 핵무기 저장고에 있는 100t을 훨씬 넘어 세계 최대의 무기급 플루토늄 보유국이 된다.” 일본이 내린 또하나의 중요한 결정은 고속 증식로인 몬주를 재가동한다는 것이다. 몬주는 1996년 1월 누출사고로 문을 닫았었다. 후쿠이현 지사는 지난달 “2년 안에” 재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몬주에서는 ‘원자로급’ 플루토늄보다 순도가 더 높은 ‘특등급’ 플루토늄이 생산된다. 이는 폭발 시험을 할 필요성을 줄여준다. 특등급 플루토늄은 증식로 블랭킷에 있는 우라늄 238을 재처리를 통해서 분리해야 한다. 이것이 일본이 최근 내린 세번째 주요 결정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의 핵 관련 기관은 도카이의 재순환기기시험시설(RETF)로 알려진 재처리시설을 완공하기 위한 노력을 조용히 강화해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이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려는 욕망은 이해할 만하다. 일본은 이미 전력 공급량의 31%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은 그들의 목적이 순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워싱턴포스트> 일본지국장으로 4년 동안 살면서 일본 사람들이 핵무기에 대해 잠재적으로 큰 지지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3년 11월12일 워싱턴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야나이 슌지 전 미국주재 일본 대사는 30%의 자민당 중의원 의원과 11%의 민주당 의원이 “핵무기를 고려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에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헌법 9조가 수정된다면 일본의 핵 정책 “또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과 핵무기의 연계는 1994년 3월21일 아사히신문사의 시사주간 <아에라>와의 인터뷰에서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가 언급한 것이다. 미야자와는 일본이 “정상 국가”가 되고 9조를 수정한다면 대규모 군대의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핵무기를 가지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방위 형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분명히 제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핵무장한 일본에 관해 심각하게 우려를 할 시기는 9조가 실제로 개정되고 우주위성 발사를 위한 재진입 운반체를 개발한다는 증거가 나올 때이다. 나는 일본에 로카쇼의 무기한 연기를 촉구하는 ‘걱정하는 과학자 연합’이 후원하는 최근의 성명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일본은 비판자들을 무시하고 있고, 미국은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음으로써 남한과 북한, 그리고 통일된 한국이 일본을 뒤따르도록 하고 있다. 셀리그 해리슨 |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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