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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스포츠부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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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의심한다. 사먹는 음식, 굴러다니는 차, 명문대 출신이라는 레테르…. 모두 겉모양은 그럴싸하다. 그러나 나에겐 가짜처럼 보인다. 허깨비는 상품이나 사회적 평가에만 있지 않다. 한국 엘리트체육의 본산인 대한체육회, 교육의 백년대계를 맡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 나는 믿지 못한다. 갈데까지 가자. 군대, 검찰, 국회, 언론까지 못 믿는다. 이런 불신의 극한점은 늘 ‘이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라는 데 수렴한다. 극단적인 견해다. 미쳤다. 그러나 충격을 받으면 미친다. 그런데 왜 하필 스포츠 기자야? ‘아이들이 매 맞는 것을 보면’ ‘다리가 부러져 울먹이는 선수를 놓고, 119 소방대원한테 먼 길 돌아가야하는 학교 옆 병원으로 가자고 우기는 지도자를 보면’ ‘텅빈 합숙소에서 혼자 뒹구는 아이를 보면’…. 그러면 미친다. <한겨레>가 최근 내보낸 기획시리즈 ‘내 아이 운동부 보내기 겁난다’(7.19~28)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만약 저 매맞는 아이가 내 아이라면….’ 초등학교 4학년 내 딸은 자기 방 만들어달라고 조르는데, 1평 비밀공간도 없이 25명이 어울린 합숙소에서 사는 저 여중생 선수는 내 아이와 무엇이 다르길래? 늘 기죽고 풀죽은 선수들을 보면서 ‘운동하는 게 무슨 죄가 있길래?’를 되물으면서 시작됐다. 그 결론은 가짜였다. 대한민국 학원스포츠가, 올림픽 메달 30개(2004 아테네올림픽 금 은 동 합계)의 세계 10대 체육강국이라는 이미지가, 월드컵 4강의 축구강국이라는 게 모두 가짜였다. 2004년 말 현재 초·중·고·대학 선수는 9만1875명. 이중 74%는 오후 수업을 아예 듣지 않거나 1시간만 듣는다. 그러나 학업의 특성상 수업 1시간 빠지면 다음 수업은 꽝이다. 그리고는 오전, 오후, 야간까지 3~4차례 훈련. 방학 때 집중합숙 등 ‘운동기계’로 훈육된다. “명문대 나와서도 노는 선배들 많아요.” 고교 3학년 운동선수는 앞길이 캄캄하다. 대한00협회의 한 관계자 왈. “한 때 운동 잘했던 선수가 있는데, 요즘 치킨배달 합니다.” 누구 하나 학생 선수들의 장래를 책임지지 않는다. 올림픽 메달에 열광하지만, 그 토양이며 낙오자들한테 따뜻한 시선은 없다. 다시 가짜 이야기다. 교육부는 해방 뒤 60년이 지난 올 3월 학교체육담당 부서를 만들었다. 그것도 ‘학원체육보건급식과’라는 복잡한 명칭이고, 체육 담당자는 2명뿐이어서 업무 폭증이다. 대한체육회도 다르지 않다. 올 5월 학원스포츠 문제를 다루게 될 ‘학교생활체육부’를 만들었다. 이게 한국 스포츠의 진실이며, 허상이다. 체육계 예산을 주무르는 문화관광부는 엘리트 선수 발굴을 위한 체전에만 관심을 쏟는다. 변화는 보인다. 대한체육회가 지난달말 ‘선수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폭력 지도자 3진 아웃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교육부 또한 학원스포츠 폭력 관계자는 학교 안에 얼씬도 못하게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믿어본다. 100% 진짜는 안되겠지만, 60점 이상만 돼도 성공이다.독일에서 헌법을 공부하고 온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독일에서 학원스포츠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면 6개월이면 끝난다. 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나 슈피겔 같은 잡지가 끝까지 추적해 뿌리를 뽑는다.” 한국에는 아직 그런 방송이나 언론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나는 끝까지 추적하겠다. 학원스포츠 폭력을. 지도자들의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선수폭력을. 김창금 스포츠부 축구팀장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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