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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4 17:34 수정 : 2005.08.14 20:25

신상훈 방송작가

야!한국사회

필기구를 살 때 종이에 뭔가를 끄적이는데 이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 1. 자기 이름을 쓰는 사람 - 남보다 나를 생각하는 이기적인 성격. 2. 둥근 형태로 줄긋기를 하는 사람 - 세상을 둥글게 사는 평범한 성격 3. 지그재그 식으로 줄긋기를 하는 사람 - 참을 줄 모르는 화끈한 성격 4. 사직서나 유서라고 쓰는 사람 - 진짜 그렇게 할 성격.

낙서란 우리가 목적성 없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재미로 장난하는 것을 말한다. 글로 하는 낙서중에 몇 가지를 떠올려 보면...▶긴급속보 이순신 사망 “윽~ 알리지 말라고 했거늘”▶정치인과 코털의 공통점 1.뽑을 때 잘 뽑아야 한다 2.잘못 뽑으면 후유증이 오래 간다. 3.지저분하다 4.좁은 공간에서 많이 뭉쳐 산다.

낙서 중에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도 있는데 서구에서는 이런 낙서를 가리켜 ‘그래피티(graffiti)’라고 한다. 이 단어는 벽화의 연구과정에서 만들어진 고고학·미술사의 학술용어인데 1973년 미국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1960년대의 청춘군상을 그리며 제목으로 “아메리칸 그래피티”를 사용한 이후로 솔직한 감성 표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며 널리 애용하게 되었다. 최근엔 거리의 예술이란 칭호를 받으며 ‘그래피티’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다. 스프레이를 뿌려서 그리는 그림이란 의미로 스프레이캔 아트(spraycan art)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그렇게 좋은 나라 미국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지?’공항에서 도심으로 오는 고속도로 곳곳에서 낙서를 볼 수 있다. 다리 난간, 주변 담벼락, 심지어 표지판에도 스프레이로 칠해진 낙서를 볼 수 있다. 이런 낙서는 빈민지역일수록 심한데 엘에이(LA)한인타운도 이런 낙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년에 몇 차례 거리정화의 날을 만들어 온 주민들이 나서서 낙서를 지우지만 며칠 못 가서 다시 스프레이 낙서로 변해버린다. 누가 왜 이런 낙서를 하는 것일까?

갱들이 자기 영역 표시를 하는 것이란 설도 있고 힙합의 정신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 90년도 말에 차카 (chaka)라는 낙서를 하던 청년을 경찰이 체포했다. 이 청년은 시애틀부터 샌디에고까지 수천킬로미터에 걸쳐 차카라는 낙서를 하고 다녔는데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그냥’이라고 대답했다. 차카는 자신을 표현한다고 했다. 이런 낙서 때문에 미국의 도로관리국과 시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이 쓸데없는 낙서가 한국으로 수입되었다. 홍대에 가보면 담벼락이나 가게 셔터문 위에 뜻 모를 글자들로 낙서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그래피티는 대형 집회, 게임대회, 페스티벌 등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몇 년전 열린 미선·효순이 촛불시위와 광화문 반전 시위에도 이런 작품들이 등장해서 그래피티가 점차 예술장르로서 인정 받아가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그래피티의 정신은 모른 채 껍데기만 흉내내며 낙서를 하는 것을 강아지가 찔끔찔금 소변을 흘리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예술로 인정받아야 할 그래피티가 아니라 쓰레기 수준의 스프레이 낙서를 미리 경계하자는 이야기다. 초반에 확실히 단속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도 몇 년 사이에 스프레이 낙서로 온 도시가 더럽혀질지도 모를 일이다.

신상훈/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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