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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이 칭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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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8월초 국립싱가포르대학이 100주년을 기념해 일련의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그 가운데 하나의 주제가 ‘아시아의 60년대’였다.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타이, 미국 등지의 학자들은 토론 중 거듭 ‘중국의 60년대’에 대해 거론했지만 중국 학자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해 글을 발표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이건 우연이 아니다. 가령 1998년 유럽, 아시아, 미주 등 전세계가 60년대의 학생운동과 사회운동 30돌을 기념할 때, 중국만은 침묵을 지켰다. 그 때부터 나는 이 침묵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세계의 지식분자들이 60년대의 급진사상과 정치적 실천에 대해 돌아볼 때, ‘60년대’의 원류 가운데 하나인 마오쩌둥사상과 ‘문화대혁명’은 정작 중국에선 전면 부정의 대상이었다. 60년대의 아시아에선 민족해방운동이 불붙었고 식민주의는 막 종언을 고했다. 60년대의 미국과 유럽에선 반전운동과 제국주의 패권에 대한 비판이 구름처럼 일고 전후 자본주의와 그 정치체제는 강렬한 회의에 부닥쳤다. 서방의 60년대와 아시아의 60년대는 서로 연관이 있으나 중요한 차이도 있다. 유럽과 미국의 반전운동, 반식민주의 운동은 기본적으로 서방사회 내부의 비판운동이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특히 인도차이나) 등지에서 60년대의 투쟁은 심각한 무장투쟁의 성질을 띠고 있었다. 중국의 상황은 더욱 특수했다. 50년대부터 중국은 시종 제3세계의 해방운동과 비동맹운동을 지지했다. 중국 바깥의 시각에서 볼 때 제3세계 해방운동을 지지하고, 베트남전쟁 때 미국의 패권에 맞섰으며, 소련 모델을 거부하고, 국내에서 부단한 혁명을 진행중인 중국은 그야말로 ‘세계혁명’과 ‘이상주의’의 나라로 비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내부의 시각에서 볼 때 사정은 달랐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10여년이 흐르면서 새로 등장한 관료주의와 새로운 ‘계급 신분제’에 분노한 청년들은 ‘문화대혁명’에 큰 기대를 걸고 뛰어들었다. 그러나 관료주의와 전제통치에 반대한 이 청년운동은 최고위 지도부의 통치전략과 얽히면서 심각한 사회 혼란과 비극을 낳았다. 1976년 마오쩌둥이 죽고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문혁 때 실각했던 지도자들이 다시 권좌에 오름에 따라 중국에서 문혁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고 전면적인 부정으로 바뀌었다. 개혁개방 20여년 동안 중국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세계혁명’의 중심에서 활발한 ‘자본 활동’의 중심으로, 제국주의 패권에 대항하는 제3세계 국가에서 그들의 ‘전략적 동반자’로 전환했다. 오늘날 중국에서 농민문제, 도농·빈부·지역 격차, 부패 문제 등을 제기하는 비판적 지식인들에게 돌아오는 가장 강력한 화살은 다음의 한 마디다. “당신들 다시 ‘문혁’으로 돌아가자는 거요?” 중국의 지식인이 60년대에 대해 돌아보는 게 ‘문혁’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아닌 건 당연하다. 한 시대의 활력과 비극을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선 ‘서사의 해방’이 전제가 돼야 한다. 지금까지 문혁에 대한 ‘서사’는 철저하고 전면적인 부정만이 가능했다. 이 ‘공식 입장’ 이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가령 60년대 문혁에 대한 노동자나 농민의 기억이나 회고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서사의 해방’이란 시대의 비극이 권위주의적인 서사의 틀 안에 갇히는 것을 거절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권력자와 실권한 자의 문혁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것인가. 이들의 기억은 어떻게 ‘우리’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는가. 1968년 서유럽의 청년, 동유럽의 청년, 미국 청년, 일본 청년, 대만 청년, 홍콩 청년, 소련 청년, 한국 청년의 문혁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것인가. 중국의 60년대와 아시아의 60년대, 세계의 60년대와의 관계는 도대체 어떤 것인가.60년대는 급진적 사회운동과 국제주의 운동이 불길처럼 일어난 ‘정치의 시대’였다. 오늘날과 같이 경제와 발전이 모든 가치의 중심에 서 있는 ‘탈정치’의 시대에 60년대는 어떤 비판적인 영감을 제공할 수 있는가. 오늘날은 60년대의 정치 경제 사회 조건과 같지 않다. 그럼에도 60년대를 돌아보는 것은 그 시대의 ‘정치’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게 아니라, 거기서 자원과 영감을 섭취해 ‘탈정치화 시대의 정치’에 대한 반성적 사고의 자료로 삼으려는 것이다. 왕후이 칭화대 교수/중문학 w-hui@mail.tsinghua.edu.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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