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8.23 17:43 수정 : 2005.08.23 17:44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

세상읽기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빈곤층은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7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모는 정부가 추산해온 500만명보다 무려 200만명이나 많은 수치로 도대체 그동안 정부는 무얼 하고 있었느냐는 비판과 지금이라도 빈곤층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판과 지적에 앞서 되짚어 볼 것이 있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빈곤정책은 꾸준히 확대되어왔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4대 사회보험의 적용대상은 계속 증가했다. 생계를 보호받는 사람들의 수도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3배 정도 많아졌고, 예산 또한 4배가량 커졌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빈곤층의 규모가 늘어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빈곤층의 규모는 빈곤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증가할 수도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좀 더 관대하게 잡으면 빈곤층의 규모는 늘어날 것이며, 그 반대의 경우라면 줄어들 것이다. 빈곤층 규모가 700만명이라는 것은 소득만을 기준으로 빈곤을 관대하게 정의했을 때 그렇다. 따라서 경제적 능력의 또 다른 잣대인 재산까지도 고려하면, 빈곤층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700만명의 빈곤층에는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절대 빈곤층 뿐 아니라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인 차상위 계층까지도 포함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빈곤의 문제를 절대 빈곤층에 국한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잠재 빈곤층까지 포함하여 본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었고, 빈곤에 대한 정부의 자세 또한 보다 전향적으로 변화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예견되는 정치적 손실을 무릅쓰고 빈곤층의 규모를 사실대로 밝힌 정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이번 발표가 정책 대상으로서의 차상위 계층 규모를 정확히 추계하기 위한 것이라는 발언의 진정성 또한 믿는다.

물론 용기와 진정성만이 정부가 가져야 할 덕목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양극화 완화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관련해서 정부는 빈곤층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거나 완화할 방법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긴급한 문제에 대해선 신속하게 대응하되, 조급함을 피하라는 것이다.

나는 1987년 이전까지 우리가 가졌던 선성장-후분배의 전략은 나름대로 절대 빈곤의 문제를 완화하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이후 급변한 환경에서 그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전략을 우리 사회가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빈곤층 증가의 배후에는 국제경쟁의 가속화, 자본의 세계화, 노령화, 탈산업화와 같은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을 적절하게 다룰 통찰과 전략을 가져야만 빈곤층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의 문제는 시장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국민소득이 1만불에서 2만불로 이행할 때 행정, 교육, 보육, 보건의료, 사회복지 영역에서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가 동반하였다. 놓인 시공의 맥락은 다르지만 여기에서 우리가 얻을 교훈은 있다. 피해야 할 것은 선성장-후분배라는 과거 전략의 관성에 기대거나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빈곤정책을 단편적으로 모방하는 일이다. 그보다는 경제구조의 변화와 같은 근본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안목과 낡은 정책 관행을 능력으로 돌파하고 논리로 압도할 수 있는 기획 역량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를 위해 필요하다면 사회 부총리 체제의 도입을 통한 관련 부처의 확대 개편도 생각해 볼 일이다.

홍경준/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