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9 16:34
수정 : 2005.08.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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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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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은행 간 단기금리를 2004년 6월 1.0%에서 최근 3.25%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8년에 걸쳐 5조달러(미국 국내총생산의 40%)를 웃도는 부를 낳은 주택가격 거품을 주로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완전히 무력했다. 주택 수요에 영향을 주는 장기 주택저당채권(모기지) 금리가 1년 전과 견줘 더 낮아진 것이다. 그 결과, 거품은 계속 커졌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 움직임을 좇는 전형에 비춰볼 때, 이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그린스펀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해왔다. 두 금리의 변동 폭이 같지는 않더라도 단기금리 인상 폭을 감안하면 장기금리는 적어도 1%포인트 이상 오르는 게 합리적 기대였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일본과 중국의 중앙은행이 그러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주택 거품을 터뜨리고 싶어 할 수 있지만, 일본과 중국은 계속되기를 원한다. 주택 거품이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고, 이로 인해 미국의 수입이 치솟고 있음을 알고 있어서다. 대미 수출 붐은 일본과 중국 경제를 부양하는 주요한 원천이자, 지난 5년에 걸쳐 두 나라가 거둔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을 뒷받침하는 기초였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은행과 인민은행은 고유한 대미 통화정책을 갖고 있다. 장기채권시장에서 직접 행동하는 것이다. 이 시장은 그린스펀의 단기금리 조작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인민은행이 이런 대미 통화정책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달 21일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고정한 페그제를 폐지했을 때, 미국의 장기금리는 급등했다. 인민은행이 국제시장에서 달러 표시 자산을 더 적게 살 것이라는 우려에서만은 아니다. 미국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효과가 있는, 미국의 장기 정부채권 매입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인민은행의 이런 조처를 상쇄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장기금리는 그린스펀의 의도대로 마침내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는 곧 미국 주택가격 거품의 폭발, 미국 경기 회복의 종결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통화정책 변경에 따라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경우, 일본과 중국이 자국 경제를 유지하려면 충분한 수요가 필요하다. 이는 두 나라의 내부에서 나올 수도, 미국 경제의 추락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들로의 수출에서 창출될 수도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 등 많은 나라들은 여전히 달러 표시 자산이 주축을 이루는 외환보유 구성에서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다. 게다가, 중미 국가들처럼 미국 시장에 자국의 미래 경제성장의 희망을 걸고 있는 개도국들이 여전히 많다. 미국과 맺으려 하는 새 무역협정은 이 지역 정부들이 경제발전을 위한 산업정책을 펼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또한 특허권 및 저작권 보호 대상인 처방약 등의 경우, 이 협정으로 인해 가격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이런 양보의 대가는 미국 시장에 대한 더 많은 접근권이다. 하지만 미국 수입시장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25% 이상 위축될 수 있다. 미국 시장에 더 많이 접근하는 횡재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달리 말해, 중미 국가들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양보만 하게 된다는 얘기다.
인민은행이 미국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기존의 통화정책과 단절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최근 조처가 연준보다 미국 경제에 더 큰 영향력을 갖는, 그린스펀 의장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세계를 보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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