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9 20:49
수정 : 2005.08.2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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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배근 동국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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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난 6월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에도 이해찬 국무총리가 “부동산 투기는 단순한 사회적 범죄가 아닌 사회적 암”이라고까지 말해서 국민들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믿고 있다. 그러나 내일 발표될 부동산 대책은 이해관계자들의 온갖 저항에 부딪쳐 결국 투기자들의 내성만 키우며 있으나마나한 대책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강력한 부동산 정책으로 직접 손해를 보는 계층이 바로 기득권층인 정책결정자 자신들이라면 그들이 손해를 보는 정책을 내놓겠는가.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도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는 국민 전체를 생각하고 공익을 앞세운다. 그러나 인간 본성상 공익과 사익이 대립할 때는 사익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 부동산 규제는 건설경기를 위축시키고 결국 서민들만 죽일 것이라는 등의 명분을 내걸며 강력한 부동산정책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주장하는 자들의 본심은 그들의 사익이 침해받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부동산 보유세를 1%로 올리고 양도소득세도 투기차익의 전액도 아니고 단지 60%밖에 올리지 않는데 여기저기서 저항이 나오고 있다. 인상하는 것도 당장 내년부터도 아닌 2009년부터이고 과표 현실화율도 터무니없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정책에 대한 불만과 정책무산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가격은 최근 2, 3년 사이에 2배 이상 폭등하였다. 10억원하던 아파트가 20억원이 되었다면 단기간에 그냥 앉아서 불로소득이 10억원이 생겼는데 세금은 기껏해야 보유세를 1%로 친다 해도 연간 2천만 원밖에 내지 않는다. 투기차익 10억원에 비하면 쥐꼬리만한 세금이 겁나 투기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대통령선거 즈음해서 흐지부지 될 것이라고 투기시장 참여자들은 예상하고 있는 상황인데 부동산 폭등이 잡힐까. 불로소득의 환수차원에서 보면 더 올려야 마땅하다. 이 정도의 세금정책 만으로는 투기열풍을 전혀 잡을 수 없다. 세금부과는 가격전가를 통해 가격상승을 다시 불러올 뿐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 토지공급은 한정되어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 상품과 같이 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는 한 또다시 토지는 투기의 대상이 된다. 헌법을 고쳐서라도 토지 공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은 시장실패 영역이며 토지 공개념 도입 없이 투기는 절대 잡을 수 없다. 이 점을 현 정부나 정치권이 모르는 바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도 전혀 거론하지 않는 것은 그들 자신이 재산상의 손해를 보게 되거나 아니면 정권 재창출이나 다가오는 선거의 표를 의식한 결과 즉,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전혀 없는 비생산적인 부동산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는 한 한국경제의 회생은 없다. 모든 돈들이 부동산에 묶여져 있는데 건전한 생산을 하고 소비할 돈은 없다. 부동산 투기가 수익성과 안정성이 함께 보장된 상황에서 수익성도 낮고 위험성이 높은 사업을 굳이 할 이유가 없다. 다수의 국민이 불로소득 추구에 신경 쓰는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투자나 창업을 하려 들지 않는다. 제조업 종사자수는 줄어든 반면 불로소득 창출의 근원인 부동산업 종사자가 1년 전에 비해 10.5%나 증가하여 50만 명을 넘었다는 통계를 보면 한국경제는 희망이 없다. 이런저런 반발과 저항으로 이번 발표될 부동산 대책이 강력하지 못하면 오히려 정부의 신뢰만 잃고 부동산투기는 재연되어 국민의 좌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 경제관료, 여·야당 정치인 등을 비롯한 정책 결정자들은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며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위한 세금정책 이상의 공개념 차원에서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임배근/동국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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