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30 19:08
수정 : 2005.08.30 19:08
유레카
전투기가 그렇듯이 북한에서 운항하는 민간 여객기는 모두 옛 소련산이다. 설계한 사람의 이름을 따 투폴레프(TU)-138, 일류신(IL)-18, 안토노프(AN)-24 등으로 기종이 나뉘는데, 주기종과 보조기종을 합쳐 20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객기 첫 운항이 남한의 대한국민항공사(KNA) 여객기에 비해 6년 늦은 1954년이라고 한다. 평양~함흥~청진을 오가는 소규모 비행기의 정기 노선이었다. 지금은 59년과 83년에 각각 개설된 평양~베이징, 평양~모스크바 노선말고도 베를린·소피아·방콕·마카오·블라디보스토크·나고야·니가타 등 국제노선도 여럿이다. 하지만 모스크바는 물론 방콕과 마카오 노선 등도 이용객이 적어 수시로 운항을 멈춘다고 한다.
10여 곳에 이르는 공항도 항공 후진성을 뒷받침한다. 국제공항이라는 평양 순안공항의 썰렁함은 그렇다 치고 주요 공항으로 꼽히는 삼지연공항도 곳곳에 팬 활주로와 무성한 잡풀, 냄새 나는 재래식 화장실 탓에 시골 간이 비행장을 연상하게 한다. 북한은 92년 10월 ‘조선민항’이라는 이름을 ‘고려항공’으로 바꾸고 상표도 새로 달았다. 공군 산하 조선민용항공총국이 모든 여객기 운항을 관장하는 탓에 엄밀한 의미에서 민항기라고 보기 어렵다.
북한 여객기의 안전도는 어떨까? 지난해 이맘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아태지부 네일 조너선 부국장은 “고려항공기는 비교적 낡은 기종이지만 본래 상태로 잘 보존돼 있고, 협회의 안전표준에도 적합하다”며 “운항상 문제는 전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프랑스 민간항공총국(DGAC)이 최근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고려항공과 타이의 푸껫항공 등을 자국 영토 운항이 금지된 항공사 명단에 올렸다. 그런데 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봐도 별다른 근거가 발견되지 않는다. 운항 금지 명단에 올려야 할 정도라면 분명한 근거까지 함께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김영철 논설위원
yc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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