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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4 17:36 수정 : 2005.09.04 17:36

신상훈 방송작가

야!한국사회

뉴욕에 ‘포옹카페’라는 곳이 있다. 복잡한 뉴욕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따뜻한 정이 그리워 찾는 카페. 상대를 몰라도 이곳에선 누구나 서로를 안아 줄 수 있다. 카펫 위에 푹신한 쿠션이 놓여 있어 맘대로 뒹굴거리다 서로를 포옹할 수 있는 곳. 그런데 이곳에도 우리나라 찜질방에서 본적이 있는 친숙한 경고문이 걸려 있다.

“지나친 애정행위는 삼가 해 주세요.”

우리나라에도 포옹의 힘을 믿고 실천하는 단체가 있다. ‘인천 여성의 전화’ 직원들은 언제나 손님들을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라는 인사 뒤에 끌어안는다고 한다. 갑자기 포옹을 당하면 대부분 당황한다고 한다. 더구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가정폭력이나 이혼 등의 문제로 부부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포옹은 사랑을 전하는 가장 아름다운 표현법’이라는 믿음으로 포옹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직원들이 먼저 ‘안아주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단 한번의 포옹으로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져 상담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는 스킨십이 부족한 문화권에 살고 있다. 주변에 널린 게 러브호텔, 안마시술소, 마사지 업소지만 인간적 정을 느끼는 스킨십이 아니라 거친 숨소리에 비린 땀내만 느낄 수 있는 피부 접촉이 있을 뿐이다. 껴안는다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느낌을 공유하겠다는 의사 표시이며 포옹은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낸다.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다.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심장에 큰 결함을 안고 태어났는데 그대로 놔두면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고 의사들이 말했다. 아이는 계속 증세가 악화되어 죽기 직전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때 한 간호사가 쌍둥이를 같은 인큐베이터에 넣자는 의견을 내 놓았다. 원래 인큐베이터는 한 아이씩 넣어야 하는 게 병원의 규정이여서 담당의사는 고민을 했다. 결국 엄마의 자궁처럼 두 아이를 한 인큐베이터에 나란히 눕히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잠시 후 건강한 형이 팔을 뻗어 아픈 동생을 감싸안았다.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픈 동생의 심장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혈압이나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엔 체온이 제자리를 찾았다. 얼마 후 쌍둥이는 건강한 상태로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정상적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이 소문을 들은 한 기자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서로 포옹하고 있는 쌍둥이의 사진을 찍어서 신문에 싣고는 ‘생명을 구하는 포옹’이란 제목을 붙였다. 최근에 읽은 <긍정의 힘>이란 책에서 이 에피소드를 알게된 후 지난주 첫 번째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숙제를 내줬다. “부모님을 포옹해 드려라. 그리고 이렇게 말해 봐라. ‘사랑해요. 그리고 대학교에 보내주셔서 감사드려요. 나중에 성공해서 꼭 갚아드릴게요’”학생들에게 숙제를 내 준 뒤에 마음 한 구석에서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내 자신조차 부모님을 포옹한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 8년 동안 홀로 계신 어머니께 연락도 잘 안하고 지내온 불효자였다. 포옹이 주는 놀라운 힘을 믿으며 떨리는 맘으로 전화를 했다. 지난 토요일 어머니를 청량리의 한 백화점 앞에서 만났다. 그리고 포옹을 했다. “엄마...미안해요”

이후 두 번째 강의를 했다. 학생들에게 지난 주 내 준 숙제를 했는지 물어봤다. “엄마가 첨으로 행복하시데요” “아버지가 용돈을 더 주시던데요” “엄마랑 같이 펑펑 울었어요”“그렇게 하고 나니까 제가 더 행복해지더라구요”포옹의 힘을 믿으세요? 지금 신문을 잠시 내려두고 바로 앞에 계신 분을 한번 포옹해 보십시오. 포옹의 힘을 당신도 믿게 될 것입니다. (주의 : 지하철 안에서는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도 있음)


신상훈/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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