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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5 19:05 수정 : 2005.09.05 19:05

유레카

지난 1일 서울에서 동물 학대 등을 논의하기 위한 ‘반려동물 국제회의’가 열렸다. 반려 동물이라는 말은 애완 동물이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동물이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한 거라고 한다.

반려 동물이라는 명칭이 가장 어울리는 동물은 역시 개다. 개처럼 사람과 오래전부터 가까이에서 함께 산 동물이 없다. 개는 대락 1만5천년 전부터 사람이 사육했는데, 개과 동물들의 유전자 연구 결과를 보면 개의 조상은 회색 이리(또는 회색 늑대)라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많은 동물 가운데 개가 가장 먼저 사람과 함께 살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추측들이 분분하다. 남미대륙 맨 끝에 살던 테웰치 원주민의 설화에는 옛날 태양신이 홍수를 일으켜 나쁜 사람들을 몰살한 뒤에 새로운 남자와 여자를 만들고 이어서 그들의 동반자로 개를 창조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국 작가 키플링이 쓴 <엉뚱한 이야기들>에는 들개가 여성이 던져준 양고기 뼈 맛을 보고는 “낮에 내 남편이 사냥하는 걸 돕고 밤에는 우리의 동굴을 지켜주면 뼈를 더 주겠다”는 말에 넘어가 인간 곁에 머물게 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미국 인류학자 메리언 슈워츠가 쓴 <초기 아메리카의 개 역사>를 보면, 개가 인간과 함께 살게 된 것은 여성의 모성 본능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어쩌다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어린 늑대를 여성들이 불쌍하게 여겨 돌봐주면서 사육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이 강아지에게 젖을 먹이는 사례에 대한 보고가 꽤 있다고 한다.

시작은 어찌됐든, 인류에게 개는 사냥에 유용하고 집을 지켜주고 귀엽기도 한 동물이었다. 게다가 비상식량인 측면도 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미주에서는 예부터 개고기를 먹었다. 인간과 개의 역사를 보자면, 개를 단지 장난감으로 다루거나 먹을 것으로만 취급하는 건 개를 제대로 대접하는 게 아니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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