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6 17:33
수정 : 2005.09.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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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국회도서관 금융담당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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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드디어 ‘8·31 부동산대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헌법만큼이나 바꾸기 어려운 투기대책을 바라던 사람들이나 ‘내집 마련’에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한 중산층과 서민의 처지에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발표한 대책을 흔들림 없이 실천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부동산 부문의 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거래가 투명하게 드러나고 여러 주택을 보유한 경우나 시세차익에 대해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상황에서는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대책에는 사람들의 자산운용 방식에 영향을 끼쳐 주식시장의 장기적이고도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확대하려는 정책당국의 의도도 엿보인다. “부동산 대신 주식에 걸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정책기조를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400조에 달한다는 막대한 부동자금을 주식 등 자본시장으로 유도하여, 집값도 잡고 생산적 투자도 활성화하고 중산층과 서민의 알토란같은 재산까지 불려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수는 없을 것이다.
주변의 여건을 감안하면 부동자금은 결국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 은행에 예금을 하는 것은 수지가 맞지 않고 부동산마저 위험하다면, 결국 지난 1년 동안 31%나 상승한 주식시장으로 가는 게 돈의 자연스런 흐름일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과잉유동성과 적립식펀드의 높은 실적도 주식투자에 확신을 더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문제는 주식투자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주식을 통한 재산증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주식시장이 지난 200년간 연평균 6.9%의 수익률을 달성했다는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연구에 주목하거나, 지난 100여년 동안 주가가 국공채에 비해 6%나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는 ‘주식 프리미엄론’을 강조한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의 연평균 25%라는 수익률을 앞으로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의견이 대부분 일치한다.
금융자본의 입장을 가장 세련되게 대변하는 잡지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이코노미스트>조차 기업의 향후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주가수익률은 대부분의 투자가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낮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주가 낙관론의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주식시장으로 흘러간 돈이 정책당국의 기대처럼 성장의 ‘젖줄’이 된다는 보장 또한 없다. 오히려 높은 수익률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결합된 자금은 주가거품만을 키우고 결국 서민의 평생 재산만 날리는 불행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과 같이 금융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세상에서 주식시장, 나아가 금융을 멀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보다는 철저한 감독과 사회적 감시를 전제로, 금융시장을 좀더 전향적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과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통해 금융의 부정적 효과를 최대한 누르면서, 동시에 금융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위험분산과 생산적 용도로의 자금제공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장기채권을 중심으로 매력적인 금융상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에 정책의 무게중심이 두어졌으면 좋겠다. 서민, 중소기업, 사회서비스, 남북협력, 동북아개발 등 사회적 기대효과는 크지만 자금조달은 쉽지 않은 사업들을 대상으로 장기채권이나 전용펀드를 조성하고 소득공제나 비과세 등 세제 혜택을 통해 이들 상품으로 유인을 높여준다면 ‘안정적인 저축수단 제공’과 ‘동반성장의 새로운 재원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도 불가능한 꿈만은 아닐 것이다.
박종현/국회도서관 금융담당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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