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6 18:43
수정 : 2005.09.06 18:43
유레카
인권의 신장과 자아의 각성은 소통의 일방성을 용납하지 않는 모양이다.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을 무기로 일방적 소통의 폐혜를 단박에 걷어낸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일부 방송학자들이 최근 부쩍 자주 쓰는 ‘미디어 접근권’이라는 말도 ‘쌍방향 소통’과 맞닿아 있다. ‘매스미디어에 대한 일반인의 반론권’이라는 다소 낡은 해석이 있지만, ‘매스미디어를 수용자의 적극적 의사표현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보는 게 디지털시대의 사고에 맞는 것 같다.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를 말 그대로 옮기면 ‘공적 접근의 권리’다. 매체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접근권을 보장해 줌으로써 소수의 자본가나 정치권력 중심의 일방적 소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언론의 자유가 언론 종사자뿐 아니라 대중의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혁명적 발상이다. 주로 텔레비전 매체에 대한 접근권이 중심인데, 미국과 독일에서는 오랜 싸움 끝에 퍼블릭 액세스를 제도화해 전국 방송사 수천 곳에서 일반인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지에도 퍼블릭 액세스는 더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제정된 통합방송법이 시청자 참여를 강제함에 따라 한국도 퍼블릭 액세스 시대에 접어들었다. 2001년 시작된 <한국방송> ‘열린 채널’에 이어 지금은 지상파와 지역 케이블, 위성방송(시민방송 아르티브이) 등에서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보내고 있다. 시작은 다소 늦었으나 우리 사회에서 퍼블릭 액세스 운동의 전망은 밝다. 쌍방향 소통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어느 나라보다 뜨거운데다, 각성된 자아로 무장한 젊은 영상세대들이 텔레비전의 일방적 소통에 ‘수용 거부’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변화에 적극적인 한국인의 장점이 여기서도 좋은 성과를 얻기를 기대해본다.
김영철 논설위원
yc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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