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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7 22:36 수정 : 2005.09.07 22:36

조홍섭 편집국 부국장

조홍섭칼럼

사람의 근력은 보잘것없다. 어른 혼자 100와트짜리 전등 하나 켤 동력을 낼 뿐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가축과 노예, 그리고 화석연료를 통해 힘을 얻었고, 그것이 문명의 역사였다. 화석연료의 위력은, 중국 황제나 이집트 파라오가 동원할 수 있었던 노예의 힘을 합쳐야 요즘의 불도저 한 대의 동력에 해당하는 데서 실감할 수 있다.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에 이어 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하자 흥분한 레닌은 공산주의는 소비에트 권력에 전기를 더한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20세기 동안 인류는 그 전 1천년 동안 쓴 것보다 10배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 이제 인류는 저마다 20명의 ‘에너지 노예’를 부리는 셈이 됐다.

요즘 세계적 관심사인 기후변화는 이런 에너지의 역사적 사용이 빚은 귀결이다. 우리가 쓴 에너지는 이산화탄소가 돼 대기중에 남아 지구를 데우고 있는 것이다. 2007년을 목표로 네번째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남극 빙하를 뚫어 그 속에 든 옛 공깃방울을 분석한 결과를 보자. 지난 50만년 동안 지구 온난화의 대표적 원인 물질인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빙하기 때 200ppm, 간빙기 때 270ppm을 오르내렸다. 그런데 1990년대 그 값은 360ppm에 이르렀고, 그 후 해마다 2ppm꼴로 늘어 최근 379ppm을 기록했다.

초대형이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나 태풍 나비가 지구 온난화 때문이란 직접 증거는 없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기상이변이 일상사가 됐다. 바닷물 온도가 0.5도 높아질수록 폭풍의 풍속은 3%씩 늘어난다고 한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 에마뉴엘 교수는 <네이처>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30년 동안 허리케인의 파괴력이 두 배로 커졌다고 밝혔다. 빈번해지고 강해지는 폭풍에서 지구 온난화의 방증을 찾을 수 있다. 카트리나로 인한 참사는, 기후변화가 우리 근해에서 낯선 열대물고기가 발견되는 식으로 서서히 부드러운 얼굴로 찾아오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에너지 다소비의 또다른 귀결은 고유가로 표현되는 에너지 위기다. 석유자원이 언제 고갈될 것인지엔 논란이 많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석유생산이 정점을 찍을 거란 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인류가 누려온 값싼 에너지 시대는 곧 끝난다는 얘기다. 이전의 석유파동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석유가 진짜 모자라서 일어나는 석유위기가 항구적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석유를 많이 쓰고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어찌할 것인가.

월드워치연구소는 <2005 지구환경 보고서>에서 “석유는 마약과 같다”고 썼다.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이 써야 하고, 사용량을 줄이면 금단현상이 나타나며, 부작용이 있어도 계속 쓰게 된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에너지 낭비체제에 익숙한 우리는 바로 ‘석유 중독’ 상태인지 모른다.

어차피 석유는 머지않아 고갈된다. 그 때를 대비한 정부의 장기구상은 ‘수소경제’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산업자원부의 ‘친환경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보면, 2040년께엔 수소와 연료전지 보급이 대중화돼 자동차의 절반 가량이 수소로 달리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그리는 수소경제는 공급과 원자력 위주의 현 에너지 체계와 다를 게 없다. 수소를 만드는 것은 전용 원자로이고, 전기의 대부분은 원자력과 석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미 기후변화를 막고 기술적 가능성이 입증된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재생에너지, 분산형 전원개발 등은 ‘석유 이후’에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조홍섭/편집국 부국장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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