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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8 18:32 수정 : 2005.09.08 18:32

박예랑 방송작가

세상읽기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서 결혼을 하고 정상적인 가정을 꾸미고 아이를 낳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이며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을 하고, 그래서 가진 아이라 할지라도 그때부터 장미빛 사랑은 현실로 다가오고 책임과 의무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어쩌면 사랑의 대가로는 참으로 엄청난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정치 이야기와 종교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으로 대통령의 짝사랑을 언급하려고 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서 간절한 마음으로 가정을 꾸며도 엄청난 책임과 의무 그리고 대가가 따른다. 그런 결과를 모두 생각하고 연정이라는 감정을 겉으로 드러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대통령의 감정은 완벽한 짝사랑에 불과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하지만, 사랑도 없이 단지 가정을 꾸미고 안되면 동거부터 하자고 한다면 그것은 짝사랑이라고 보기에도 지나친 감정의 과잉이다. 짝사랑의 순수함이 보이기보다는 단지 섹스가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섹스도 순수한 사랑의 감정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섹스란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의 동의하에 해야지만 정상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두 사람이 사랑한다고 외치고 절절해해도 부부관계 외의 섹스는 부도덕적인 행위가 되고 불륜이라는 돌팔매를 맞게 된다. 하물며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의 섹스와 동거는 누가 봐도 정상적인 범위 안의 행동은 아닌 것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 누구보다 잘해줄 것이며,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아무리 순수성을 항변해도 상대가 받아 들여주지 않는다면 그 진실하고 순수한 짝사랑은 어느 순간부터 상대에게 왜 나를 몰라주냐며 따지고 들어가는 무리한 요구로밖에 보이지 않게 된다.

정치적인 구도와 상황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나이지만, 최소한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사랑을 요구하는 것과 동거와 섹스까지 요구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 것 같다. 왜 순수한 짝사랑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까지 상황을 몰고 가야 하는 걸까?

이제 짝사랑은 끝났다.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가정을 꾸민다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과 합의가 있어야 했던 것이다. 짝사랑만으로 가정이 꾸려질 것을 기대했다고 해서 그 짝사랑이 매도당할 필요도 없다. 순수하게 사랑했기 때문에 조건 없이 결혼을 생각했을 것이다.

정말 그 짝사랑이 순수했고 진실했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이제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버리려고 했던 짝사랑을 접고, 멋있게 갈 길을 가주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더 이상 짝사랑이 아닌 진실한 사랑의 결실을 맺어야 할 상대는 국민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당당하게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 배짱 좋게 고백했던 그 순수성을 한번의 퇴짜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게 유지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에게 더 없는 사랑을 보낼 것이다.

지난 사랑에 연연하는 것처럼 사랑을 구차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더 이상 돌아보고 잡고 말고 할 시간이 없다. 이제까지 대통령은 너무 많은 짝사랑을 해왔다. 국민과 언론과 주변인들 모두를 지나치게 사랑한 결과가 모두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그것이 소신 없고 우와좌왕 하는 모습으로 비친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이제는 대통령 자신을 사랑할 때이기도 하다. 국민이 대통령의 무엇을 사랑해서 대통령으로 뽑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떠나가는 여자를 잡지 않는 남자가 쿨하고 멋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여자의 행복을 빌어주되, 남자라면 돌아선 여자를 보면서 다짐해야 할 것이다.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은 걸 언젠가는 후회하도록 잘되고 말겠다고. 가장 큰 복수는 성공하는 것이다.

박예랑/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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