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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1 17:29 수정 : 2005.09.11 23:58

유레카

1977년 미국 항공우주국이 쏘아올린 보이저호에는 지구의 다양한 메시지와 소리, 그리고 음악이 담긴 레코드가 실렸다. 미국을 대표해 실린 노래는 블루스 가객 블라인드 윌리 존슨의 ‘다크 워즈 더 나이트’였다. 2003년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빔 벤더스 등 거장 7명은 다큐멘터리 연작 음악영화를 발표했다. <더 블루스> 7편. 인류가 블루스에 바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헌사였다. 거기엔 블루스의 유랑과 진화와 굴곡의 역사가 보석처럼 담겼다.

블루스는 노예노동이 가장 극심했던,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 등 미국 남부 미시시피강 삼각주(델타)에서 탄생했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목화밭, 백인 주인이 휘두르는 채찍 밑에서 흑인 노예들은 절대적인 고통과 절망을 아프리카 감성의 절규와 흐느낌으로 노래했다.

노예해방 후 이 절규가 거칠게 양식화하면서 초기 블루스, 곧 델타 블루스가 탄생한다. 1차대전 이후 면화값의 대폭락과 대공황 속에서 흑인들과 함께 북쪽 공업지대로 이주한 블루스는 도시적 감각, 기타의 리듬과 결합해 ‘리듬 앤 블루스’로 진화한다. 이 블루스의 템포를 가속시킨 것이 로큰롤이다. 거장 윌리 딕슨이 선언했듯이 “블루스는 뿌리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그 열매”였다.

블루스의 고향 미시시피 델타의 중심엔 뉴올리언스가 있다. 노예무역, 노예노동 등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진 도시다. 이 도시의 흑인들이 다시 울부짖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이들의 가족과 재산과 꿈을 수장시켜 버렸다.

에릭 클랩튼은 아들을 잃은 뒤, 블루스의 명곡 ‘티어즈 인 헤븐’을 노래했다. “나는 확신해, 저 문 밖에는 평화가 있으리라는 걸/ 천국엔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으리라는 걸.” 명작은 그렇게 지독한 슬픔 속에서 탄생하는 것일까. 염치없게도 나는 저 지극한 절망을 보며 새 블루스의 탄생을 그린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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