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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3 17:47 수정 : 2005.09.13 17:47

유레카

<동의보감> 잡병편 4권에 이런 말이 나온다. “신체를 편안하고 건강하게 지키는 바탕은 올바른 식사에 있다. 음식물은 우리 몸에서 해로운 기운을 없애 오장을 편안하게 해준다.” 건강을 유지하고 병을 낫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먹거리라는 말이다. 중국 주나라에서는 ‘식의’가 의사들 가운데 우두머리였다. 먹거리로 건강을 지키게 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다. 당나라 명의 손사막이 ‘식료치병’이라는 말을 남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흔히 쓰는 ‘식이요법’이라는 말의 뜻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병을 다스릴 때 약보다 먼저 먹거리를 쓰라는 것이다. 옛 명의들도 “어떤 먹거리가 몸에 좋은지 모르면 생명을 온전히 할 수 없다”라고 가르쳤다. 건강과 치병에서 먹거리의 중요성을 간파해내는 지혜는 동서양이 마찬가지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병을 고치는 것은 자연”이라고 했다. “먹거리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치료하지 못한다”는 말도 남겼다.

‘양파는 변비를 예방하고 간장병과 백내장에 특효’ ‘소화불량에는 무즙이 최고’ ‘몸의 독소를 빼내는 도토리와 우엉’등등. 새겨들을 만한 옛말이다. 약재들이 서로 섞여야 효험을 내듯이, 먹거리도 서로 맞아야 건강과 치병 효과를 낸다는 ‘음식 궁합’도 그렇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은 익숙한 관계가 됐지만, 무가 생선의 독을 제거한다는 얘기는 여전히 낯설다. 자기가 사는 땅에서 자란 농산물이 체질에 잘 맞는다는 ‘신토불이’도 비슷한 맥락이다. 건강 유지의 바탕인 먹거리의 대부분도 결국 땅의 기운을 받아 자라기 때문이다.

좋은 먹거리가 약이라면, 당연히 나쁜 먹거리는 독이다. 물 먹인 조기와 낙지, 발암물질이 검출된 도미와 장어는 가뜩이나 공해음식에 멍든 우리 먹거리 생활의 적이다. 게다가 신토불이도 아니라면 ‘식료치병’이 아니라 ‘식료발병’이 될지도 모른다.

김영철 논설위원 yc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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