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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4 20:12 수정 : 2005.09.15 11:31

아드난 무살람 팔레스타인 베들레헴대 인문학부 교수

세계의창

가자지구의 21개 정착촌과 요르단강 서안의 고립된 4개 정착촌에서 9000여명의 정착민을 철수시킨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계획이 무난하고 폭력사태 없이 끝난 것은 대부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결단 덕분이다. 그는 2003년 12월 가자철수 계획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한편에서 팔레스타인 저항단체들은 1967년부터 계속된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해온 자신들의 무장투쟁이 샤론이 철수를 결심하도록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1년 선거에서 그에게 권력을 쥐어줬던 리쿠드당 내 세력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샤론이 가자 철수를 실행에 옮겼다는 것을 폄하할 수는 없다. 샤론 자신이 1977년부터 정착촌 건설을 주도한 대부이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정착촌 해체를 감행한 유일한 인물이다. 지난 1979년 이스라엘 국방장관이었던 샤론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조약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이집트에 반환할 시나이 반도의 야미트에서 정착촌을 철수하는 주요한 역할을 맡았었다.

팔레스타인 지도자 마무드 아바스가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무장단체들과 함께 철수 기간 동안 평화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도 가자철수가 무난하게 이뤄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바스는 샤론의 역사적인 가자철수를 추켜올리며 “우리는 평화를 위한 동반자”임을 강조하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가자에서도 모든 계층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좀더 희망찬 미래가 밝아오기를 바라면서 축하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4개 정착촌이 철거된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정착민들의 끊임없는 위협과 학대속에서 살아온 4만여 팔레스타인인들이 조용히 이를 축하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에는 진심이 담겨 있는가? 이는 곧 드러나게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인 가자와 서안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게 될 것인가? 가자 주민들은 세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영공과 영토, 국경 통과를 계속 통제하려 하는가?

이스라엘이 계속 이런 통제를 유지하려 한다면 정착촌 철수는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우리는 다시 불안과 유혈의 현장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2000년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어온 지옥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변화를 경험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가자 철수 이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의 경제가 하나로 통합되지 못한다면 ‘평화 로드맵’은 종이 위의 잉크일 뿐이다. 이스라엘이 현재 이집트, 미국, 세계은행, 팔레스타인, 유럽과 벌이고 있는 협상에서도 초점은 가자와 서안, 외부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이다. 시간만이 이스라엘이 가자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손아귀에 쥐고 있는 서안을 가자와 연결시켜줄 것인지 말해줄 것이다.

가자지구 철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중동지역에 전면적인 평화와 정의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배신하면서, 가자에서 정착촌을 철수시킨 이스라엘이 한편에서는 서안지역에 대해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폭로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새 계획은 팔레스타인인들은 물론 미 정부도 지지하는 평화 로드맵의 두 국가 해법(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국과 이스라엘과의 공존)의 종말을 의미하는 내용이다.

2002년 출발한 로드맵에서 설정된 시행계획들은 이미 그것들을 실행하기 위한 시한들을 모두 지나쳤고, 1단계 계획마저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드맵은 아직까지는 미국, 유엔, 유럽연합, 러시아 등 ‘4인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이의 양자 협정이었던 오슬로 협정과는 달리 로드맵은 결국 시리아, 레바논, 그밖의 아랍국가들과도 연관되게 될 것이다. 로드맵은 ‘4인조’의 후원 아래 단계적으로 2005년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었다. 그 목표는 독립적이고 민주적이며 경제적으로 존속가능한 팔레스타인 국가, 이스라엘을 비롯한 이웃 나라들과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공존하는 국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한쪽에서 가자 철수를 강행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동예루살렘을 아우르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려는 이 계획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계획은 서안의 북부와 남부를 분리시키고, 동예루살렘을 서안에서 완전히 떼어내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계획에 따르면 동예루살렘에서 동쪽으로 4.5㎞밖에 안떨어진 이스라엘의 최대 정착촌인 말레 아두밈은 동예루살렘과 연결되게 된다. 새 정착민 1만5천여명이 살 수 있는 주택들이 추가로 건설되고, 팔레스타인 땅 1,618,770㎡를 더 몰수해 말레 아두밈을 둘러싸는 분리장벽을 확장시키는 공사가 완료되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희망은 사망선고를 받게 된다.

서안에서 유대인 인구는 급속하게 늘고 있다. 샤론 총리는 서안의 대규모 정착촌들을 확장시키려 계획하고 있다. 몇몇 고립된 소규모 정착촌이 철수되기는 했지만 이스라엘 통계로도, 서안의 유대인 인구는 지난해 1만2800명이나 증가해 24만6천명에 달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을 강제로 뺏어 식민 정착촌을 건설하고 24만6천명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자유롭게 살게 하면서, 서안의 240만 팔레스타인인의 자유와 이동권, 통합적인 삶을 거부하는 것은 결코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그것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두 민족 사이에 영원한 증오와 유혈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스라엘 지도부가 진정 원하는 것이 이것인가? 아드난 무살람/팔레스타인 베들레헴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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