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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0 17:55 수정 : 2005.09.20 17:55

유레카

전주원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신한은행이 여자프로농구 챔피언에 오른 것은 그의 빼어난 기량 덕이었다. 신문들은 대부분 “4리바운드, 3어시스트, 3가로채기를 앞세운 전주원의 빛나는 활약으로 …”라고 소식을 전했다. 눈에 띄는 것은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는 외래어로 표기하면서 ‘가로채기’만 우리말로 쓴 점이다. 두 단어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부 쓰이고 있기도 하다. ‘튄공잡기’와 ‘도움주기’다. ‘가로채기’는 ‘스틸’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운동 경기 용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노력을 시작한 지는 꽤 오래 됐다. <한겨레>가 창간 초기부터 해 왔고, 정부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1993년 당시 문화체육부에서 시도한 적이 있지만, 국제적으로 공인된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던지 별 성과가 없었다. 96년 훈민정음 반포 550돌을 기념해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됐으나 역시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논란도 뜨거웠다. “지나친 순화가 국민 언어생활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체육 전문가들의 견해와 “넘쳐나는 체육 용어의 순화야말로 우리말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는 국어학자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국립국어연구원에 이 일이 떨어졌고, 4년 전인 2001년 9월 연구원은 <운동 경기 용어 순화집>이라는 책자를 펴내기에 이르렀다.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최근에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축구와 농구 등에서 많이 쓰이는 ‘어시스트’는 ‘도움주기’라는 우리말에 자리를 넘겨준 지 오래다. ‘프리킥’과 ‘페널티킥’도 ‘자유차기’ ‘벌칙차기’로 제법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골네트’를 ‘골그물’로 쓰면서도 ‘골키퍼’를 ‘문지기’로 부르는 데는 여전히 인색하다. ‘아이언샷’을 ‘쇠채치기’로 바꿔쓰는 건 아직 어색하다. 하지만 우리말의 울림과 행동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튄공잡기’ 같은 말들은 과감히 바꿔볼 만하다.

김영철 논설위원 yc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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