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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2 18:40 수정 : 2005.09.23 13:51

백홍열 대한원격탐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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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원격탐사 기술을 이용한 ‘구글 어스’를 통제하는 문제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터넷으로 구글 어스에 접속만 하면 마우스 클릭 하나로 청와대까지 내 집 마당처럼 볼 수 있게 됐으니 안보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그럴 만도 하다. 이 서비스 때문에 이제 우리나라 국가보안시설이 전 세계 앞에 벌거벗겨졌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원격탐사 위성을 이용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특히 미국의 첩보위성인 키홀 영상의 경우 구글 어스보다 열배 이상 정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격탐사 전문가들은 구글 어스 같은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미리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미국이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군사정보에 해당하는 해상도 1m급 이하 위성영상을 민간이 이용할 수 있게 허용했기 때문이다.

구글 어스를 보면, 청와대뿐 아니라 미국 백악관과 펜타곤을 비롯하여 전 세계 주요 시설이 해상도 60cm급 정도로 차별 없이 제공되고 있고, 심지어 뉴욕시 일부 영상은 해상도 30cm급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이미 21세기 첨단기술과 국제정세가 이를 막을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같은 상황을 놓고도 우리나라의 대응 태도는 사뭇 다르다. 선진국들이 이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단순히 서비스를 통제하려고만 하고 있다. 마치 조선말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선생을 옥에 가두자는 것과 같은 발상으로, 심하게 말하면 ‘신쇄국정책’이다. 우리가 차에 두고 다니는 지도도 옛날에는 군사기밀이었겠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하면서도 보안상 아무 문제가 없지 않은가.

이제는 싫든 좋든 구글 어스를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공세적으로 이 상황을 활용해야 한다. 보안상의 문제는 전 세계가 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앞으로 변화된 현실에 맞추어 대처하면 된다. 구글 어스는 우리의 생활 행태를 바꾸고, 나아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는 국외출장을 가기 전에 방문지역 숙소는 물론 입체교차로 진출입 방식까지 확인하고 출발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회발전의 관점에서 앞으로 구글 어스 이전과 이후로 시대 구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앞으로 아리랑 2, 3, 5호 위성을 발사해 세계 6위의 원격탐사 능력을 갖추게 될 우리에게도 구글 어스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은 구글어스가 무료서비스지만 차츰 유료화하면, 직접적인 시장규모만 연간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활용하기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나아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원격탐사 능력과 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 어스 같은 서비스에 참여할 수도 있고,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한국의 독자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경쟁할 수도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울타리를 쳐 스스로 갇히는 집단은 국가든, 사회든, 조직이든 도태되고 말았다. 조선말 열강이 우리나라의 문을 두드렸을 때, 기존의 유교적 관점에서는 위기였겠지만 세계정세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우리나라가 근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위험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만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선택은 지금 우리의 몫이다.

백홍열/대한원격탐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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