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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곤 서울대 교수·유엔 생태도시 한국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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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월1일 청계천의 복원된 모습이 일반에게 공개된다. 다같이 축하해야 할 일이다. 국내외 도시하천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어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접한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은 과연 그러한 수준의 완벽한 복원사업일까? 서울시는 복개된 하천을 뜯어내고, 하천에 물을 끌어들여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하천을 조성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은 도시 속의 자연과는 거리가 멀다. 자연친화적인 하천은 야생동물이 즐겨 찾는 서식처가 되어야 한다. 물고기나 개구리, 곤충 등을 잡아서 방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식처를 조성해 스스로 찾아오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드러난 청계천의 모습은 시민들을 헷갈리게 한다. 인간중심의 수변근린공원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도록 야생동물을 위한 서식까지도 배려한 것인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콘크리트 직각옹벽을 쌓고 물길 옆에는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들었다. 공연장소 같은 소형 무대도 보인다. 직선화된 호안(물길 가장자리)와 바닥은 자연석을 쌓았다. 정원에서나 봄직한 자연석 쌓기이다. 옹벽 바깥에는 너비가 좁은 보도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을 뿐, 자동차 도로로 양쪽이 에워싸여 있다. 강 양쪽 콘크리트 둑에는 계단형 테라스를 만들고, 분수대도 설치되는 것 같다. 이래서야 인간의 휴식과 다른 야생동물의 서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청계천 복원의 아쉬움이 국내외의 다른 도시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될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하천 양쪽 도로는 수변 녹지대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통에 어려움이 있다면 한쪽 도로만이라도 녹지화할 필요가 있다. 그마저 안 된다면 야생동물의 서식공간이 될 제한된 구간만이라도 녹지화해야 한다. 이처럼 물이 흐르는 핵심 습지지역 주변에는 개발지역과 격리시키는 완충 녹지대가 있어야 정온한 서식환경이 유지되어 제기능을 할 수 있다. 둘째, 하천의 일부 구간은 야생동물 서식공간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이 구간의 보행자 전용도로는 외곽으로 우회시키고, 생물의 서식요건을 고려해 하천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좀더 다양한 하천 생태기반이 제공되어야 한다. 하천 바닥의 깊이와 경사가 획일적이서는 안 된다. 바닥에 깔아주는 돌의 크기도 다양화해야 여러 종류의 생물이 찾아올 수 있다. 직선화된 호안도 곡선화하여 생태적 추이대의 길이를 길게 해주어야 한다. 호안이 넓어지는 곳에서는 보행도로를 나무다리로 연결하면 된다. 넷째, 일부 구간의 콘크리트 옹벽은 다공질 재료로 대체해야 한다. 다공질 재료는 곤충과 물새의 집으로 활용될 수 있다. 서식처가 있어야 곤충이 서식하고, 곤충이 서식해야 개구리 등의 파충류가 서식하며, 이에 따라 먹이연쇄가 형성되어 왜가리, 백로, 오리, 해오라기와 같은 조류도 올 수 있다.다음 세대들이 청계천에서 자연을 배울 수 있게 하려면 지금 바로 이런 조그마한 배려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볼 때, 삭막한 회색도시에서의 청계천의 역할과 기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문 앞 계단에서 자연을 접촉할 수 있는 일이 다른 나라 도시의 얘기만이 아니기를 바란다. 청계천 주변의 자연성과 쾌적성이 높아져 경제적 부가가치가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청계천 복원 방식은 추가투자를 통해 이제라도 보완하는 게 마땅하다. 김귀곤/서울대 교수·유엔 생태도시 한국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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