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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8 19:08 수정 : 2005.09.28 19:08

신상훈 방송작가

야!한국사회

서울에서 성남 가는 방향에 있는 한 외국인 학교의 유치원에 갈 일이 있었다. 서너 명의 학부모들이 휴게실에서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댓 살로 보이는 한 흑인 소녀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게 보였다. 화장실에 들어간 흑인 소녀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한 엄마가 화장실로 가서 아이를 보고 왔다. 그 엄마의 말인즉, 아이가 볼일을 혼자 봤는데 변기에 물이 나오지 않자 손으로 그걸 밀어 넣고 있더란다.

“우리 아이들 같으면 그냥 나왔을 텐데….”

“나라도 그냥 몰래 나왔을 텐데….”

“가수 효리도 그냥 나왔다고 고백하던걸….”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제목처럼 진짜 소중하고 꼭 실천해야 할 것은 이미 어린 시절에 누구나 배웠는데 그걸 실천하고 있는지가 문제다. 아니, 어쩌면 우리나라 조기교육은 진짜 가르쳐야 할 부분을 빼놓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기역 니은’을 가르치기 전에 ‘휴지는 꼭 휴지통에 버리는 걸 기억하라’고 가르쳐야 한다. ‘A B C’를 가르치기 전에 ‘줄서기’부터 가르쳐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좋은 조기 교육을 받았는지, 그리고 잘 실천하고 있는지 다음 항목을 체크해 보기 바란다.

1.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2. 꼭꼭 씹어 먹는다.

3. 화장실을 사용한 뒤에는 손을 씻는다.


4. 하루 세 번 이를 닦는다.

5. 쓰고 난 물건은 제자리에.

6.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7. 줄을 선다.

8. 자기에게 싫은 일은 남에게 하지 않는다.

9. 다른 사람에게 양보를 한다.

10. 공공장소에선 떠들지 않는다.

똥은 오래 전부터 유머에 자주 등장하는 따끈따끈한 소재였다. 예를 들자면….

문 : 똥을 싸고 휴지가 없을 때 어떻게 할까?

보기 : 휴지통의 성한 휴지를 골라 쓴다/ 양말을 벗어서 해결한다/ 변기 물로 뒷물을 한다/ 그냥 말려서 가루로 떨어 낸다.

문 : 똥을 싸고 물이 안 나올 때 어떻게 할까?

보기 : 소변의 힘으로 밀어낸다/ ‘누가 이런 몰상식한 짓을’ 하며 그냥 나온다/ 누가 보고 있을 땐 ‘내 거 아냐. 김 나나 봐’ 하며 나온다.

최근에 똥을 싸 놓고도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 자기가 싼 똥이 아니라며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운다. 자기 똥은 컬러 똥이라며 흑백을 가리자고 열을 낸다. 옆에 있다가 자기에게도 똥물이 튀었다고 똥씹은 표정이다. 아니, 조금 싸긴 했지만 자기는 방귀만 싸서 냄새만 풍겼단다. 만약 똥 성분을 확인해서 내가 싼 똥이 아니면 자기를 비난한 사람에게 모두 똥을 먹이겠단다. 만약 자기 똥이 확실하면 똥 뺏지를 떼고 자기가 화장실에서 나가겠단다. 술 먹고 싼 똥이라 기억이 안 난단다. 이 똥 뒤에는 분명 음모가 숨어 있다고 난리다. (사실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는 음모가 한두 가닥씩 숨어 있기는 하다.) 다들 싸는 똥인데 왜 나만 싼 것처럼 자기만 비난하느냐고 화를 낸다. 옛말 하나도 안 틀린다. ‘똥싼 놈이 성낸다’.

외국인 학교의 그 어린 학생은 자기가 뒤로 싼 똥을 처리하려고 수십 분 동안 자기 손으로 밀어넣고 있었는데, 한 나라의 큰 어른들이 자기가 입으로 싼 똥도 자기 똥이 아니라며 계속 입을 열어 똥 냄새를 풍기고 있다. 우리 할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이 생각난다. “똥을 싸요~ 똥을 싸~.”

신상훈/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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