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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3 18:03 수정 : 2005.10.03 18:03

유레카

요즘 프랑스에서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나치 협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계기는 몇 달 전 나온 에마뉘엘 페예의 <하이데거, 나치즘의 철학 내 도입>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1933년과 34년 하이데거가 나치 친위대 제복을 입은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세미나 내용을 새로 찾아냈다. 세미나에서 하이데거는 자기 철학의 중요 개념인 존재와 존재자의 관계를 동원해 총통과 민족의 정치적 관계를 묘사했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건 저자가 나치와 관련해 하이데거를 비판한 철학자인 장피에르 페예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대를 이어 그의 과거를 캔 셈이다.

하이데거의 나치 협력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1987년 칠레 출신 학자 빅토르 파리아스가 <하이데거와 나치즘>을 출판함으로써 프랑스를 중심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책은, 히틀러 집권 직후인 1933년 5월부터 34년 2월까지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을 지낸 하이데거의 나치 협력 행위를 자세히 폭로한다. 논란을 거치면서 하이데거가 한때 나치에 적극적으로 동조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그로부터 15년 이상 지나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지는 걸 보면 프랑스 사람들의 과거사 캐기도 참 집요하다. 여기엔 프랑스의 자존심을 짓밟은 나치를 잊지 말자는 의식이 작용하겠지만, 사르트르에서 푸코·데리다까지 이어지는 현대 프랑스 철학에 하이데거가 막대한 영향을 끼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면에선 프랑스 사상에 대한 문제 제기인 셈이다. 피에르 부르디외가 <하이데거의 정치 존재론>에서 하이데거가 ‘보수혁명’의 정치·윤리적 원리들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승화시켰는지 추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일 것이다.

프랑스인들의 하이데거 과거사 추적은, 우리의 과거사 규명이 친일파와 독재 세력의 죄악상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말고 그들의 사상적 배경까지 추적하는 것이어야 함을 일깨우는 듯하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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