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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4 18:05 수정 : 2005.10.04 18:08

신기섭 논설위원

아침햇발

글쓴이 가족과 가까운 친척 가운데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난 여성이 5명인데 이 중 2명이 혼기를 놓쳤다. 한 사람은 마흔을 넘겨 결혼했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여전히 혼자 산다. 그전엔 두 사람이 ‘능력’이 없거나 눈이 높아 결혼을 못했을 거라고 막연히 추측했다. 그런데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 같은 또래 여성 가운데 결혼 안 한 이가 꽤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그 또래의 결혼 문제에 영향을 끼친 어떤 요소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지만, 그걸 따져볼 만큼 관심이 있진 않았다.

결혼이 사회문제가 되는 일은 드물다. 당장 떠오르는 것으론, 결혼 못하는 농촌 총각 문제와 그들이 외국 여성들을 아내로 맞는 현상뿐이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 인구 감소 우려와 함께 늦은 결혼과 저출산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를 보며 엉뚱하게 50년대, 특히 50년대 후반에 태어난 독신 여성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야말로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 또래 여성들 가운데는 결혼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이들이 꽤 많고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한 듯하다. 그들의 주요 결혼 상대인 50년대 전반기 출생 남성들이 적은 것이다. 해방정국에 이은 한국전쟁 와중이라 출산이 적었던데다 혼란 속에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많은 아이들이 희생됐다. 물론 이 점에선 남녀가 마찬가지지만, 문제는 이 남성들의 주된 결혼 상대가 제 또래보다는 50년대 후반에 태어난 여성이라는 데 있다.

40·50년대 혼란기가 낳은 ‘결혼 상대간 성비 불균형’은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50년대 후반에 태어난 여성들이 스무살을 넘긴 80년 통계청의 인구총조사를 보면, 20~24살 여성과 25~29살 남성의 비율은 1 대 0.78이다. 여성 100명에 남성이 78명인 셈이다. 50년대 전반 출생 여성들과 40년대 후반 출생 남성의 비율도 1 대 0.84로 꽤 차이가 난다. 50년대 전반에 태어난 여성들도 남편감 찾기가 어려웠을 거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 점은 50년대 후반 출생 여성들의 결혼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정 안 되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결혼할 수 있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았던 셈이다. 이는 60년대에 태어난 여성들과 비교하면 더 분명해진다. 제 또래의 남녀 성비는 50년대와 60년대 출생자가 대체로 1 대 1에 가깝지만, 5살 많은 남성과 비교한 성비는 60년대 출생 여성의 경우 1 대 0.97~0.98로 50년대 출생 여성들과 많이 차이난다.

개인적 사정은 서로 다를지라도 홀로 사는 여성 자신들과 그 부모의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고선 모를 것이다. 요즘은 덜하지만 얼마 전까지도 이른바 ‘노처녀’는 죄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정작 지금부터다. 이들은 이제 50대에 들어섰거나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제 몸 하나 믿고 버텨 왔는데 몸도 예전 같지 않은 나이다. 게다가 그들의 부모들도 세상을 떠나고 있을테니, 기댈 데라곤 없는 처지가 되어가고 있다. 남편을 둔 여성들에 비해 대체로 생활 형편이 나쁘리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사회가 이들의 노후 복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여성가족부와 여성 운동가들이 진정 발벗고 나설 일이다. 당신들이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이 일은 남성보다 평균 7년 더 사는 모든 여성 노인, 더 나아가 노인 전체의 복지 대책으로 이어지는 밑거름이기도 하다.

신기섭/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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