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04 18:11
수정 : 2005.10.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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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숙/서울시 마포구 대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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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저는 서울 양원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지난 1일 〈한겨레〉에 난 ‘56살 아줌마 초등생이 인기짱’ 기사를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또는 여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40~60대 교육 소외계층의 실태를 따뜻한 눈길로 잘 비춰주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서도 안타까움은 남았습니다. 기사에 나오는 이진욱(56)씨는 만 6~11살인 ‘학령’이 지나 초등학교 학생 자격이 아닌 청강생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졸업을 해도 정식 졸업장이 아닌 명예졸업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마다 5월에 실시하는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초등학교 졸업이 인정되어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 인구센서스를 토대로 지난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중학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은 66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3%나 됩니다. 이 가운데 241만명은 초등학교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으며, 그 중 215만명은 아예 초등학교를 들어가 본 적도 없습니다. 이분들이 바로 내 가족이고, 내 이웃이며, 또 이 시대를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분들입니다.
저희 양원초등학교는 평생교육법에 따라 한국 최초로 성인 대상 초등학교로 학력인정을 받아 지난 3월 개교를 하였습니다. 현재 1학년 8개 학급 280명이 공부하고 있으며, 4년 12학기제로 운영됩니다. 12살 이상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으며, 현재 여든 살 학생이 최고령입니다. 수업료 전액과 교과서를 정부로부터 지급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원이 너무 적은 실정입니다. 입학을 앞두고 전국에서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직접 학교로 찾아오신 분만 1000명이 넘었습니다. 현재 양원주부학교 기초부(초등) 과정은 학생 수가 600명이 넘는데, 그분들은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학습비를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국민은 누구나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들의 교육권은 바로 인권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문해교육기관이 부족하고, 정부 지원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평생학습 시대에 교육 소외계층에게도 배움이 삶의 기쁨이 되고 힘이 될 수 있도록 교육제도 개선과 정부 지원이 절실합니다.
장진숙/서울 마포구 대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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