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05 21:39
수정 : 2005.10.05 21:39
유레카
폴란드 태생 영국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에게 어느날 푸른 봉투가 하나 날아왔다. 정부가 쓰는 봉투였는데, 겉봉에 ‘공용’이라고 찍혀 있었다. 그는 ‘또 세금 통지서냐’며 뜯지도 않은 채 책상 위로 던져버렸다. 그런데 여러 날 뒤 정부 쪽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회답이 없어 온 것이었다. 그제서야 봉투를 뜯어보니 기사 작위를 수여하려 하니 몇월 며칠에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19세기 미국 작가 랠프 왈도 에머슨은 수필집에서 이런 말을 했다. “빚 중에서 가장 물기 싫어 하는 게 세금이다. 국민들은 다른 데서는 그렇지 않은데 세금에서만은 돈 내는 만큼 이득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세금 내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속성을 강조할 때 가끔 인용되는 일화와 말이다.
세금의 세(稅)자는 ‘벼 화’(禾)변에 ‘기뻐할 태’(兌)자를 합한 글자다. 많은 곡식을 수확한 기쁨에서 신에게 제사 지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현실은 이런 어원과 딴판이다. 세금 안 낼 비법이라며 소개하는 책만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진다. 그러나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조세와 공물을 나라에 바치는 건 백성들의 본분이다. 그들 자신도 인정하고 있다. 이유 없이 바치기를 거부한다면 용납될 수 없는, 사리에 맞지 않는 행위”라고 했다.
세금 때문에 많은 분란이 일고 있다. 재벌의 세금 없는 대물림이 도마에 오르고,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았다. 서울 강남구 의회는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주로 혜택볼 게 뻔한데도 재산세를 깎는 조례를 의결했다.
감세안은 곧잘 정략적 고려에서 나오거나, 그 혜택이 부유층에게 주로 가게 되는 결과를 낳곤 한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결사적으로 싸우겠다고 공약하지 않는 정치가가 어디 있는가. 그러면서 그들은 지출이 요구되는 사업에 찬성표를 찍어 조세 삭감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한 미국 정치가의 말이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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