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06 17:57
수정 : 2005.10.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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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원 건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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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융산업법) 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관련되면서 사회적 관심은 더욱 크다. 이번 국회에 제출된 금융산업법 개정안의 정부안과 의원입법의 국회안도 기존 금융산업법 위반 주식에 대한 처분 명령권을 소급 적용하는 문제로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며칠 전 청와대는 삼성카드가 금융산업법을 위반해 소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준 뒤 처분 명령하고, 삼성생명이 1997년 금융산업법 시행 전에 소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서는 처분 명령권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금융산업법 개정안 논쟁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는 개정안에 신설되는 처분 명령권이 이미 금융산업법을 위반해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두번째는 1997년 금융산업법 시행 전 이미 해당 금융기관 설립 근거법에 따라 소유가 허용된 주식에 대해서도 금융산업법 상의 한도를 초과하면 신설되는 처분 명령권이 적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이 두 가지 쟁점을 법리적 관점에서 해석할 때 첫번째 사례는 물론이고, 두 번째 사례에 대해서도 처분 명령권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금융산업법 제24조의 핵심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이 비금융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 쟁점인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자. 행정법규의 소급 적용과 관련한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소급은 ‘진정소급’과 ‘부진정소급’으로 구분한다. 이미 사실관계가 종료된 것은 ‘진정소급’에 해당하여 소급효 금지 원칙이 적용되지만, 사실관계가 종결되지 않고 진행 과정에 있는 것이라면 ‘부진정소급’에 해당하여 소급효 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필자는 이미 금융산업법을 위반하여 소유하고 있는 행위는 계속 진행 과정에 있는 사실관계이지 종결된 사실관계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진정소급에 해당하여 신설되는 처분 명령권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두번째 쟁점에 대한 답도 금융산업법 제정 취지와 법 제정 당시 신설된 부칙 조항을 자세히 살펴보는 데서 찾아야 한다. 제정 당시 금융산업법 부칙은 “금융산업법 시행 당시 해당 설립 근거 법률에 의하여 ‘인가·승인 등을 얻어’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금융산업법상의 승인을 얻은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도 해당 설립 근거법에서 인가·승인 필요 없이 자산 운용 차원에서 소유하고 있는 주식 취득이 금융산업법 부칙 상의 승인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우선, 개별 근거법 상에서 인가·승인 없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은 금융산업법 상의 승인을 얻은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개별 설립 근거법에서 허용된 주식 취득이라 할지라도 비금융회사에 대한 사실상 지배에 해당하면 금융산업법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금융산업법의 취지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취득도 금융산업법에선 사실상 지배에 해당한다면 이는 금융산업법을 위반한 주식 취득이므로, 신설되는 처분 명령권을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재벌 기업의 지배구조가 투명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고동원/건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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