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0 18:24
수정 : 2005.10.1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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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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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절에서 출토된 문화재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 그런데 대한불교 조계종은 공청회까지 열어가며 이 소유권이 사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계종 쪽은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문화재청 쪽이나 관련 학자들은 조계종의 유물 관리 능력과 보존 기술이 향상되면 얼마든지 ‘관리권’을 넘기겠다고 맞서고 있다. 조계종은 이미 국회에 관련법안까지 제출했다. 며칠 전 국감에서는 몇몇 의원이 불교문화재들을 조계종으로 돌려주라는 민원성 질의를 하기도 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문화재의 70%는 불교문화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불교문화재는 모두 조계종의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시대에는 국가가 대부분 사찰을 지어주었다. 백성의 염원을 담아 전문가가 시공하고 국가가 돈을 댄 이른바 국책사업이었다. 당대의 시대정신, 문화, 역사가 모두 담겨있는 ‘민족문화유산’이지 불교성보문화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심지어 불교를 억압한 조선시대에도 큰 절은 대부분 왕가에서 돈을 댄 원찰 기능을 한 걸 보면 조선시대 불교문화재의 소유권도 조계종만 주장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절 가운데 성보박물관 두세 곳을 제외하면 불교문화재를 온전히 보존·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사찰성보박물관 18곳 가운데 관련 전문 학예사조차 없는 곳이 7곳이라고 한다. 그나마 이들 박물관은 대부분 국고로 지어지고 있다. 또, 불국사를 비롯한 주요 불교문화재의 보수나 중건에도 국고가 지원된다. 21세기 들어와서도 어마어마한 국민세금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 돈을 댄 국민은 절에 들어갈 때 따로 관람료까지 낸다. 그런데도 불교문화재가 어떻게 국민이 아닌 조계종의 소유란 말인가.
더구나 국민세금은 불교문화재가 아닌 불교계 자체 사업에도 들어간다. 서울 조계사 경내에 짓고 있는 ‘불교중앙박물관’ 건립 예산의 절반인 270억원 정도가 국고보조금이지만, 이 건물의 박물관은 지하에 있고 나머지 4개 층에는 조계종 총무원 사무공간이 들어선다. 국민세금이 특정 종단의 본부 건물을 짓는데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불교문화재가 조계종의 것이라면 국민은 왜 총무원 건물을 짓는 데까지 돈을 대야 하는가.
지난 공청회에서 한 발제자는 민법을 들이대며 사찰문화재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여기에 무소유와 대자대비의 부처님 가르침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특별법인 문화재보호법은 민법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조계종 논리대로라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은 전주이씨종친회(대종종약원)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가 성립하는데, 조계종이 계속해서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고궁의 소유권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도록 요구받게 될 것이다. 또 국민의 세금으로 몇십년간 사찰 중건이나 불교문화재 보존에 사용된 예산을 돌려달라는 국민의 요구와 맞닥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계는 불교문화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우리의 민족문화유산이 어떤 방법으로 관리되어야 그 가치가 확대될 수 있을지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
황평우/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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