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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1 17:56 수정 : 2005.10.11 17:56

유레카

영상 시대라지만 라디오의 매력은 여전하다.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고 눈을 고정시키지 않아도 된다. 말과 소리로만 사람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증폭시키기도 한다. 오늘도 사람들은 자동차와 가정, 군부대와 심지어 등산길, 아침 조깅길에서도 라디오를 듣는다. 텔레비전이 등장할 때 ‘라디오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지만 성급한 진단이었음이 틀림없다.

일찍이 라디오의 매력에 주목한 사람은 혁명가와 좌파,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였다. 라디오를 ‘상층계급의 장난감’ 정도로 취급했던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러시아를 단일 공동체로 묶어 세우는 무기로 라디오를 선택했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도 “노동자들이 라디오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라디오가 노동자들을 기다린다”며 혁명의 무기로 써먹을 것을 강조했다. 알제리 독립운동가 프란츠 파농은 대불 항전에서 “알제리 인민이 라디오를 갖는다는 것은 독립투쟁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투쟁하는 알제리의 목소리’가 쏘아대는 전파는 알제리인들의 투쟁 의지에 불을 질렀고, 전파 방해 공작으로 맞서던 프랑스는 마침내 라디오를 몰수하기에 이른다.

‘공동체 라디오’는 1940년대 볼리비아 광산 노동자 공동체에서 시작돼, 이후 남미와 유럽,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해방과 자유, 사회적 평등의 가치를 전파에 실었다. 공동체 라디오가 우리나라에서도 전파를 날리기 시작했다. 전국의 8개 공동체 라디오가 지난달부터 소식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레즈비언 주파수’라는 뜻의 ‘레주파’ 프로그램을 통해 성적 소수자의 얘기를 전하는 <마포FM>은 공동체 라디오의 지향을 암시한다. 하지만 정보통신부의 소극적 자세로 수신 반경이 1㎞에 지나지 않고 정부 지원금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전국 50여 곳에서 개국 준비를 하고 있다니, 라디오의 ‘매력’이 ‘위력’으로 바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김영철 논설위원 yc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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