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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3 18:22 수정 : 2005.10.13 18:23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세상읽기

지난 9월19일 발표된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향후 6자회담이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참여국 각자가 취해야 할 행동의 내용과 순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미국과 북한의 국내정치 측면에서 보자면 새로운 합의는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재판도 아니고, 이른바 리비아식으로 한쪽이 일방적으로 먼저 양보를 하는 형태도 아니어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일단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한 논의는 부시 행정부 이후로 미루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에너지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단계마다 서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서 이미 미국과 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으므로, 북한은 이에 상응하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 계획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 일단 핵무기 및 핵 계획에 대한 선언이 이루어진 뒤에는 서로 상대방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도록 사찰 절차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상대방의 핵 관련 시설 및 장비에 대한 정보에 기초하여 강제사찰을 시행하려 할 경우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군사기지나 핵심 공공시설에 대한 강제사찰을 어떤 절차를 거쳐 추진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북한이 공개한 핵무기와 핵 계획의 실체가 사찰 내용과 일치한다면 본격적으로 핵 폐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북·미 관계 개선을 약속한 제네바 합의에 따르면 북핵 동결에 상응하여 중유가 지원되고, 경수로 핵심부품 제공 직전에 북한의 과거 핵 활동에 대한 사찰이 이뤄지며, 북핵 폐기에 상응하여 경수로가 완공된다. 이번에도 이처럼 단계마다 서로 주고받는 구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경수로 제공 문제를 당분간 논외로 한다면, 북핵 동결에 상응하여 에너지 지원 사업이 추진되고, 북핵 폐기와 함께 에너지 지원 관련 공사가 완공되는 구도를 상정할 수 있다. 에너지 지원사업에는 발전소나 송전설비 건설뿐만 아니라 열효율 개선이나 북한의 원자력 전문인력 재교육 등 다양한 사업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북·미 및 북·일 관계 개선도 진행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와 핵 계획이 완전히 폐기된 뒤에야 비로소 에너지 지원과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6자회담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경수로 제공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고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에너지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단계마다 서로 주고받는 방식에 대해 북한은 불만을 표시할 수 있다. 특히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내세우며 북한은 흑연감속로를 가동하여 전기를 생산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군수 전용이 용이한 흑연감속로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그 대가로 군수 전용이 어려운 경수로를 외부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경수로는 에너지를 생산할 뿐 아니라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상징하는 수단이라는 논리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의학 등 핵무기 개발과 별로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통해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6자회담 참여국의 체면을 살려 주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원혁/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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