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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승 편집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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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겨레> 식구들 기분이 요즘 매우 좋습니다. 야심작인 ‘한겨레 결체’가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알고 계신 것처럼, 한겨레는 올해 한글날을 맞아 10일부터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를 통해 ‘한겨레 결체’를 국민들께 무료로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한겨레 결체는 5월16일 창간 17돌 기념호를 내면서 국내 신문 사상 최초로 선보인 ‘탈 네모틀 글꼴’입니다. 한겨레는 당시 한겨레 결체를 더 다듬어 한글날이 되면 국민들과 함께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 5개월 동안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것은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갈수록 “읽기 편하다” “눈이 피로하지 않다” “예쁘다”는 평가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한겨레 결체 공개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어서 저희 스스로도 놀라고 있습니다. 지난 닷새 동안 인터넷 한겨레에서 한겨레 결체를 직접 내려받은 분들이 무려 2만명이 넘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한겨레 결체를 인터넷 한겨레에 올려놓자 마자 바로 각종 사이트들이 한겨레 결체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예쁜 한겨레 결체 내려받자”며 호응이 대단합니다. 또 개인끼리 주고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한겨레 결체를 받으신 분들이 이미 수십만명에 이르지 않을까 추정됩니다. 저희가 기분 좋은 것은 비단 한겨레 결체가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겨레 결체의 국민 배포라는 취지를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더 뿌듯합니다. ‘epm’이란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네티즌은 “한겨레가 한글날을 맞아 귀한 선물을 선사했다. 글꼴 하나를 만드는 데 천문학적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이 선물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해주었습니다. 맞습니다. 신문사가 자신이 만든 글꼴을 공개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한겨레는 6월 민주 항쟁 직후 국민들이 만들어준 ‘국민주 신문’입니다. 많은 돈과 공을 들여 만든 글꼴을 국민과 나눠쓰기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국민주 신문이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말글살이를 풍요롭게 하고 한글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에서 내린 결정입니다.글은 내용으로만 뜻과 감정이 전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글자의 모양(글꼴)을 통해서도 뜻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글꼴을 하나 더 갖게 되는 것은 그만큼 표현의 길이 넓어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기존의 한글 글꼴들이 거의 대부분 ‘네모틀 글꼴’이기 때문에, 탈 네모틀 글꼴인 한겨레 결체의 공개가 지니는 의미는 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한겨레 결체를 더 정교하고 세련되게 다듬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글꼴’로 만들겠습니다. 끝으로 이 말씀은 드릴까 말까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얘기하겠습니다. 한겨레는 우리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고, 또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그러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한겨레 결체 공개도 그 하나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경쟁지들에 비해 자본력이 떨어지다보니 힘이 많이 부칩니다. 이번에 이런 어려움을 돌파하려고 ‘독자 배가 운동’을 시작했는데,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이웃이나 회사 동료, 친구분들께 한겨레에 관해 말씀해주십시오. 더도 덜도 말고 보고 느끼신 대로만 설명해주시면 됩니다. 저희에겐 무엇보다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안재승/편집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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