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0.18 18:03 수정 : 2005.10.19 11:26

박종현 국회도서관 금융담당 연구관

경제전망대

워싱턴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집권 이래 보이지 않는 혁명이 진행 중이다. 국무부와 국방부를 장악한 ‘원조’ 네오콘이 ‘악의 축’을 타도하려는 ‘성전’을 주도하고 있다면, 미국 사회와 경제의 전반적인 작동방식을 바꾸려는 거대한 작업이 또다른 네오콘에 의해 은밀히 진행 중이다.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앞의 대외정책 혁명과 달리, 뒤의 혁명은 그 파장이 훨씬 클 수 있음에도 대중들에게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와 〈뉴욕타임스〉의 칼럼 기고가인 대니얼 앨트먼은 지난해 출간한 〈네오코노미〉에서 이 혁명의 정체가 조세체계를 변화시켜 ‘새로운 경제’(neoconomy)를 건설하려는 경제 네오콘, 곧 네오코노미스트의 감세혁명이라며, 네오콘의 머리를 빌린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미래를 건 엄청난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틴 펠드스타인, 글렌 허바드, 로런스 린지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 네오콘의 핵심 주장은 세금을 최대한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이자소득세·배당이익세·자본이득세·법인세 등 자본소득에 대한 조세를 철폐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의 체질이 개선되어, 저축이 늘고 투자가 늘어 성장잠재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자는 더욱 부유해질 것이고,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로 중산층과 빈곤층도 성장의 열매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성장의 원천을 근로의욕(노동)보다는 저축과 투자의욕(자본)에서 찾는다는 점이 레이건 시절 감세 정책을 주도했던 공급경제학과 오늘날 경제 네오콘의 중요한 차이 중 하나다.

앨트먼은 경제 네오콘의 실험 자체는 추구해 볼 가치가 있지만, 그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한다. 새로운 ‘황금시대’에 도달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대단히 예외적인 조건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도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소득에 대해서만 과세가 이루어지는 세상에서는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기회’가 능력보다는 세습에 의해 좌우됨으로써 경제와 사회 전반의 역동성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으며, 재정의 악화도 막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에는 세금부담의 의무만 진 채 권리는 빼앗긴 노동자들이 부유한 무임승차자들에 맞서 ‘혁명’을 일으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앨트먼에 따르면, 이처럼 우울한 청사진은 이데올로기나 도덕적 판단이 아닌 엄밀한 경제논리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감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같은 대대적인 감세혁명이 당장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나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있고, 경기활성화·양극화 해소·성장동력 확보 등 제시되는 목표들 간의 충돌 가능성도 있어 아직까지는 논리적 완결성이나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의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신뢰를 얻지 못하는 한 감세 논쟁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감세혁명론의 배후에는 시장원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공공부문에 대한 대중들의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이 감세혁명론의 위험한 도박에 표를 던지는 이율배반적인 현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공부문 그리고 비영리단체들의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할지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종현/국회도서관 금융담당 연구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