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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난 무살람 팔레스타인 베들레헴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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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1981년부터 4번의 대선에 잇따라 단독 후보로 출마해 내리 당선된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77) 대통령이 9월 대선에서 5번째 연임에 성공해 ‘30년 집권’을 확정지었다. 이번 선거는 이집트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여러 후보가 출마한 선거로 선전됐지만, 등록유권자 3200만명 가운데 고작 23%만 투표에 참여했다. 이집트 인권기구와 독립적 선거감시위원회는 선거 과정에서 많은 부정이 저질러졌고, 개표도 밀실에서 진행됐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무바라크가 88.6%라는 압도적 표몰이로 당선되고 2위를 차지한 알가드당의 아이만 누르가 겨우 7.5%를 득표한 것을 보면, 선거 부정이 전체 결과를 뒤집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이집트 최대 반정부 세력인 무슬림형제단 부대표인 무하마드 하비브 교수는 “진정으로 공정한 분위기 속에서 순수한 선거가 치러졌다면 무바라크의 5연임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합법성 논란에도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일어난 유례없는 반정부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해 “무바라크 통치는 이제 충분하다”고 외치는 키파야운동, 알가드당, 알와프트당 등은 이번 대선에서 무바라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24년이나 계속돼온 계엄령 해제를 요구했다. 하비브 교수는 이런 변화에 대해 “엄청나게 두터운 전제통치의 벽에 생긴 작은 구멍”이라고 묘사한다. 이집트인들은 대선 운동기간이나 투표 당일, 또는 선거 결과가 나오는 순간에도 손에 땀을 쥘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30년 동안 집권여당인 국민민주당이 거의 독점해온 의회 의원 454명을 뽑는 11월 총선을 앞두고는 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투표로 선출되는 444석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나머지 10석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최근 후보 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모든 정당들이 이 선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질적인 최대 야당이자 여당의 최대 라이벌인 무슬림형제단은 50여년 동안 정치활동이 금지돼 왔고 선거에 후보를 낼 수도 없지만, 무소속으로 17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이들이 무슬림형제단 소속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2000년 총선에서 72명의 ‘무소속’ 후보를 출마시켰던 무슬림형제단은 이번에는 그 두 배 정도를 출마시켜 40~50석을 얻길 희망하고 있다. 야당 세력은 현재 ‘변화를 위한 국민전선’이라는 우산 아래 손을 맞잡고 있다. 좌파부터 우파까지 이집트 내부의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을 대변하는 10개 주요 야당들이 여기에 참가하고 있다. 야권은 이번 총선 결과가 2011년 대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현재 의회 의석의 5% 이상을 차지한 정당만이 대선 후보를 낼 수 있으나, 인권단체나 야당은 여당이 의석의 대부분을 장악한 현실에서 야당 후보들이 더 쉽게 출마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올해 새롭게 싹튼 정치적 개방 흐름에 힘입어 야당이 총선에서 확실한 득표를 한다면, 헌법을 개정하는 등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로 이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41살된 아들 가말이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미 국민민주당의 실권자로 떠오른 가말은 총선에 대비한 당 정비 작업에 나서는 등 여당의 주요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여러 의미에서 11월 총선 과정과 결과는 ‘이집트의 민주화 여정’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분명하게 보여줄 것이다.아드난 무살람/팔레스타인 베들레헴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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