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0.20 17:52 수정 : 2005.10.20 17:52

유일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기고

감세 논쟁이 뜨겁다. 대규모 감세를 주장하는 쪽은 부진한 경기를 진작해야 한다며, 세금을 줄이면 민간투자와 소비가 되살아나 경기가 회복되고, 궁극에는 세수도 늘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규모 감세가 적절한 정책수단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선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낮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미국도 부시의 감세정책에 따라 한시적으로 18% 수준으로 낮아져 있지만, 재정적자의 급격한 증대 등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어 조세부담률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사정이 이런데도 대규모의 감세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애초 의도와는 정반대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어 오히려 경기회복 가능성을 없앨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낮은 조세부담에 따라 정부의 지출까지 연쇄적으로 낮아지면 공공서비스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형편에서 감세를 하면 필연적으로 재정적자가 뒤따르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8년 경제위기 이후 재정 건전성을 상실했고, 최근에는 예상을 밑도는 경제성장 탓에 세수 부족까지 겪고 있다. 대규모 감세는 이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뿐이다.

어떤 이들은 감세와 더불어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구조를 개선하면 재정적자 폭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물론 현재의 지출에 낭비적 요인이 있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우리 형편에 그럴 여지가 크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감세가 가능한 세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감세, 즉 감세 그 자체를 목표로 하는 감세 논의보다는 세제의 합리화와 효율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감세 또는 증세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세가 가능한 대표적인 세목으로는 등록세를 들 수 있다. 사실 등록세는 이미 오래 전부터 폐지 또는 세율 인하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최근 재산에 대한 보유과세가 강화된 상태에서 거래세를 인하하는 것은 충분히 의의가 있다. 다만 지방세인 등록세를 폐지하거나 또는 인하하려면 지방자치단체에 이를 보전해 줄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법인세는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취지에서 세율의 추가 인하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법인세의 본질과 관련해서는 수많은 논쟁이 있다. 법인세율 인하 논의도 그 연장선 위에서 가능한데, 국제경쟁력 면에서 어느 정도가 적절하고 재원배분의 왜곡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중장기적 세제 개편 차원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반면 고알코올 고세율 원칙을 지향하는 한 주세 제도는 세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50%에 가까운 근로소득자가 소득세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소득세율을 인하할 여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와 같이 여러 면을 고려할 때 경기부양을 위한 전반적인 감세는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논의의 중심은 오히려 세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세제 개혁의 방향에 있으며, 감세 또는 증세는 그러한 개혁의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해야 한다.

유일호/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