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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7 09:58 수정 : 2005.10.27 09:58

마영삼 주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독립국가 건설’과 ‘경제 자립’이라는 두 가지 염원을 안고 있다. 이는 마치 동전의 양면 같지만, 이들은 오랜 세월 전자를 위해 후자를 희생해 왔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민중투쟁(인티파다)에 서슴없이 나섰다. 이스라엘은 가차없는 무력행사로 대응하였다. 이는 다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테러의 빌미를 제공해, 책임 소재가 모호한 보복과 재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 와중에 팔레스타인 경제는 파탄에 이르고 말았다. 제2차 인티파다가 절정에 이른 해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800달러대로 떨어졌고, 물가는 치솟았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올 1월 압바스가 최고 수반으로 당선되고, 이어 샤라멜셰이크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의 새로운 방향이 설정되었다. 이에 따라 ‘온건’과 ‘개혁’ 노선이 과거의 ‘강경’과 ‘투쟁’ 노선을 밀어내고, 경제발전의 과업도 정부정책의 중요 어젠다로 자연스레 자리잡았다. 주민들의 사고도 바뀌어 취업, 생활조건 개선, 적절한 자녀교육 등 인간으로서의 기본욕구 충족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일고 있다.

지난달 끝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비록 도로·항만 등 인프라와 부존자원, 자본 등 어느 것 하나 변변한 것이 없지만 세계은행이 중심이 되어 가지지구의 개발 청사진이 마련되고, 미국, 유럽연합 등이 호응하여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압바스 정부가 추진해온 과감한 개혁도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교육열은 아랍권에서 최고로 높을뿐더러 문맹률도 한자릿수다. 경제발전의 조건은 어느 때보다 성숙한 셈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경제발전의 성패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가자지구만 해도 제대로 된 공항이나 항만 시설이 없다. 농산물이든 공산품이든 수출을 하려면 국경 통과의 열쇠를 쥔 이스라엘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그러기에 국제사회의 지원은 경제원조에만 그칠 수 없다. 진정한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병행되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강화된 위상과 국제정치적 영향력에 비추어 볼 때, 이-팔 분쟁은 더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 파견되어 있고, 아랍은 우리나라의 최대 석유 수입원이기도 하다. 최근 몇년 동안 미국-러시아-유럽연합-유엔 등 4자에 의한 중동 평화 로드맵이 추진되고 있으나, 큰 진전은 없다. 이들의 노력이 난관에 부닥칠수록 우리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그만큼 우리 외교력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질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정부의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6월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동시에 방문한 것을 계기로 양쪽에 일반대표부 관계가 맺어졌고, 지난주에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우리 대표부 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이번주에는 알키드와 팔레스타인 외교장관이 사상 최초로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세번째 외교장관 회담을 연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너무 늦게 눈을 뜬 만큼 이제부터라도 발걸음을 빨리하는 것말고 달리 방도가 없다. 이를 통해 우리의 외교적 실리도 챙겨야 하지만,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두 가지 염원인 독립국가 건설과 경제 자립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감정에 치우침 없이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현실이 무엇인지 냉철히 판단하면서 합리적 외교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영삼/주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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