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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30 18:11 수정 : 2005.10.30 18:11

조선희 소설가

세상읽기

내가 늘 신기해하는 것이 있다. 왜 미국 대통령은 8년 또는 4년 단위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를 탁구공 튀듯 왕복하는 것일까. 또 상원의석은 왜 늘 50대 50 또는 51대 49, 그런 식으로 팽팽히 대치할까. 정치학자들이 이미 어떤 분석들을 내놓았겠지만, 상식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바, 그것이 대중의 정치적 균형감각일 게다. 오른쪽으로 너무 갔다 싶으면 왼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너무 갔다 싶으면 다시 돌아오는 ‘중용의 도’. 또는 어느 쪽도 싱겁게 일방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바라지 않는 관전자의 심리. 유권자들이 담합이라도 한 것 같은 선거결과들은 균형을 지향하는 대중의 집단무의식이 드러난 것 아닐까.

대중은 기본적으로 ‘여소야대’를 즐기는 것 같다. 전쟁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강력한 정권보다는 겸손한 정부, 일방적 싹쓸이보다는 적당한 정치적 긴장을 원한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잘했네, 아니 한나라당은 잘 한 것 없고 열린우리당이 너무 못했네, 아니 대통령이 못했네, 등 다양한 분석들이 난무하지만 나는 그 모든 분석들이 50%만 진실이며 사실은 국민이 좀더 스릴 넘치는 여소야대 게임을 원하는 데 있다고 본다. 이상적인 스코어라는 3대 2의 축구를 즐기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새 정권에 대한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무렵이다. 남녀간의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 유지되며 상대에 호감을 느끼고 흥분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들이 2년을 전후해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여소야대 국회로 출발했다. 과반의석의 제1야당이 장관을 해임시키고 대통령을 탄핵했다. 말하자면 힘을 믿고 오버했다. 그 정도로 오버하지 않았으면 바로 다음 총선에서 16년 만의 여대야소로 돌아가는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대야소 시스템은 딱 1년 갔다. 2005년 4월 보선에서 다시 여소야대로 복귀했다. 수도이전계획의 좌절, 러시아유전개발의혹 등이 여당이 민심을 잃은 이유로 분석됐지만, 그것 역시 50%만 맞는 것 같다. 유전개발이나 행담도 비리라는 것도 민심을 잃기에는 작은 규모였고 또 비리라기보다는 실수처럼 보였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선 계속 지면서 보궐선거에만 이기는 것도, 보궐선거가 생리적으로 정부여당에 불리하다는 속성 때문 아닐까. 권력이란 본질적으로 폭력의 속성을 갖고 있어서 통치 당하는 입장에선 좋아하기보다 증오하기 쉬운 대상이다. 반면 권력에서 비켜나 있는 야당을 미워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선거결과를 가지고 한나라당이 별로 좋아할 일도 아니다. 열광과 혐오는 백지 한 장 차이다.

나는 대통령 한번 잘 뽑으면 한 5년은 9시뉴스도 보지 않고 정치에 신경 끄고 살게 될 줄 알았다. 심지어 요순시대처럼 요즘 대통령이 누구더라, 하면서 살길 바랐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라는 게 그게 아닌 것 같다. 투표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내가 찍은 사람을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려면 그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신경 써야 했고 또 대통령직을 둘러싼 위기상황마다 흥분해야 했다. 게다가 이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이니 검찰권 독립이니 선거제도 개편이니 하는 의제들을 계속 던져놓는다. 지난 정권에선 막후에서 조용히 처리되던 문제들도 모두 공식 의제로 설정된다. 이 참여정부는 정말이지 너무 많은 참여를 요구한다. 나처럼 참여정부의 정치학습을 흥미로워 하는 사람조차도 피로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나 역시 ‘사랑의 유효기간’이 다해가는 건가.

조선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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