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31 18:09
수정 : 2005.10.31 18:09
|
이상갑 소록도 보상소송 한국변호단 변호사
|
기고
흔히 나병 또는 문둥병이라고 불리는 한센병. 사실, 한센병은 전염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3종 전염병이고, 리팜피신 1회 복용으로 99.9%의 균이 살균되므로 쉽게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다. 그럼에도 한센인들은 지난 수십년간 극심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 강제로 격리된 생활을 해왔다.
지난 2001년 일본 정부의 강제 격리정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이끌어냈던 일본 변호단은 일제시대 일본법의 지배를 받았던 한국의 소록도 갱생원과 대만의 낙생원에도 일본에서와 같은, 또는 그 이상의 가혹한 인권침해를 당한 한센병력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2004년 초부터 두 나라 변호사들과 공조하여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두 개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도쿄지방법원은 2005년 10월25일 역사적 사실관계가 완전히 동일한 이 두 개의 소송에 대하여 전혀 상반된 판결을 선고하였다. 소록도 재판부는 “(오늘날 일본 영토 밖의) 외지요양소의 입소자에 관해서도 원래 일본국의 격리정책을 실시하여 신병 수용을 행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고, 이들 입소자들이 그 뒤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차별과 편견에 대해서 적어도 그 원인의 일단이 전쟁 전의 일본국의 격리정책 등에 있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해야 할 것이므로 이들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충분히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외지요양소 입소자는 현행 한센병보상특별법의 해석상으로는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이들에 대한 대응은 장래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며 소록도 입소자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반면 낙생원 재판부는 ‘평등의 원칙’을 중시하면서 일본 정부의 보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두 재판부는 상반된 결론에 도달하고 있지만, 과거 일본 정부가 한센병력자들에게 가한 차별과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통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소록도 보상청구 역시 외견상 원고패소 판결이 선고되었을 뿐, 내용상으로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향후 소록도 보상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한센병 보상특별법 또는 그 시행령 격인 고시를 개정하여 명시적으로 소록도와 낙생원을 보상대상 시설에 포함시키는 방법, 일본 정부가 낙생원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고 낙생원 입소자들에 대하여 보상조처를 하면서 소록도 입소자들에게도 동등한 보상조처를 취하는 방법, 항소심에서 소록도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번복하는 방법 등이다.
세 가지 방법 중에서 일본 정부가 낙생원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고 곧바로 한센병 보상특별법 또는 고시를 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원고 117명의 평균연령이 82.2살의 고령이고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1년 동안 원고 중 10명 이상이 사망한 상황이어서 신속한 보상이 매우 간절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들은 26일 소록도 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고, 낙생원 사건 항소 만료일(11월 8일)까지 매일 점심시간에 서울 일본대사관과 도쿄 후생노동성 앞에서 항소포기 및 고시개정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는 한센인들이 평생 당해온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정부의 강제격리 조처를 용인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갚을 책임이 있다. 우리 정부, 시민사회, 언론 모두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한센인들의 외로운 투쟁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
이상갑/소록도 보상소송 한국변호단 변호사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