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31 18:12
수정 : 2005.10.31 18:12
유레카
최근 노동부가 비정규직이 줄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가 하룻만에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 번복했다. 하필이면 정부와 노동계가 개념 규정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분야에서 오류가 발생해 노동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노동 통계는 서양의 통계 발달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노동계급의 상황을 파악해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정운 교수가 쓴 〈지식국가론〉을 보면, 1890년대 영국에서는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말인 ‘실업’이 노동 통계의 중심으로 자리잡는다. 이때의 실업은 날품팔이 임시 노동자, 특히 런던 부두 노동자들의 잠재실업을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잦은 폭동의 주역인 이들은 ‘위험한 계급’으로 취급됐다. 그래서 실업 문제란 이들을 어떻게 다룰지의 문제였다.
프랑스에서는 실업보다 파업이 중요했다. 1884년 북부 공업지역 앙쟁에서 광원들이 일으킨 대규모 파업을 계기로 중앙정부는 지방 행정청을 통해 파업 관련 정보를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때 사용된 표준 보고서의 기재 항목은 파업 기간, 파업 동조자 수, 요구사항, 노사 타협조건, 파업자들의 재원, 법률 위반 사항 등 11개였다.
이를 봐도 알듯이 통계는 수동적으로 수집한 자료가 아니다. 최 교수는 “통계란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이떻게 모을 것인지를 사전에 결정한 조사 계획에 근거하여 수집된다”며 “대상물에 대한 계획된 의도적 개입을 통하여 생산되는 지식이다”라고 했다. 영국 사회학자 마틴 슬래터리는 〈공공 통계〉라는 책에서 훨씬 노골적으로 말한다. “사회 통계는 사실이나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통계는 권력의 원천이다. 누구든 그런 지식을 소유한 자는 정부를 통제하고 대중을 호도하며 이웃을 우롱할 수도 있고 청중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통계의 정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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