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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3 18:24 수정 : 2005.11.03 18:24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기고

지난 10월21일 종료된 제37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지휘관계와 전시 작전통제권에 대한 협의를 ‘적절히 가속화’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언급은 전시 작전통제권의 한국군 환수 문제를 한-미 동맹의 발전적 조정이라는 관점에서 신뢰와 합의의 정신에 따라 전향적으로 처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전통제권’은 군사작전과 행정의 전 분야에 걸쳐 관련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인 ‘지휘권’과는 분명 다른 개념이며, 특히 미군 장성인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권은 한-미 양국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서 행사된다는 점에서 분명한 제약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력 신장과 한국군의 성장, 그리고 미래지향적 한-미 관계의 발전을 감안할 때 전시 작전통제권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징성을 지닌다.

현재 주한미군 사령관을 겸임하는 한미연합군 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은 지난 50여년의 한-미 동맹의 역사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표이며, 미래 변화의 잣대이기도 하다. 한국군도 이제는 신장된 국력에 걸맞은 위상과 능력을 갖추어 나가야 하며, 미래 한반도 방위에 대한 주도적인 책임을 떠맡을 준비를 가속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군의 독자적 작전 기획·수행 능력과 한국적 군사전략, 그리고 교리가 발전해야 하며, 전시 작전통제권은 한국군의 자생력 향상을 위한 필수 요건의 하나이다.

한-미 양국은 이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의 적절한 시기와 조건에 관련된 공통의 지혜를 모아오고 있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 정부가 마치 전시 작전통제권을 무리하게 조기 환수하려 하고, 그것도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추진하려는 것처럼 해석하는 일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는 대부분 선진국으로 구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회원국들도 미군 장성이 최고사령관으로서 전시 작전통제권을 보유한 나토군에 자국 군대를 배속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시 작전통제권을 타국 장교에게 양여하는 것이 주는 심리적 부담감에서 다자동맹인 나토 회원국들과 한-미 양자동맹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를 수평 비교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또한, 탈냉전 이후 국경 인근에 가시적 위협이 사라진 나토 회원국들의 안보현실을 감안할 때, 비록 ‘전시’라고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나토군에 배속되는 회원국들의 군대는 전체 전력의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이는 유사시나 전시의 주요 전장이 한반도 한 곳으로 국한되어 한국군 전력의 상당 부분이 미군 장성의 작전통제권 아래 놓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미-일 동맹의 사례를 원용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 일각에서는 미-일 양국이 매우 긴밀한 작전협력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어쨌든 미-일간의 공식적 작전협력체계는 분명 독자적 작전통제권에 기반한 ‘병립형’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국력과 민주화 추세를 감안할 때 이러한 공식적 ‘명분’과 상징성을 언제까지나 포기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비하에 다름 아니다.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와 관련한 우리 사회 내의 논의가 더 이상 불신과 반목을 확대재생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한 건전한 대안 제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차두현/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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