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6 17:57
수정 : 2005.11.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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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휘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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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내가 꼽는 연예인의 세 가지 미덕 중 마지막은 ‘대학 왕무시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대중의 사랑 듬뿍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존재니까. 그렇듯 대학 안 가도 돈 벌고 당당하게 사는 젊은이들 많아지는 것이 학벌 지상주의와 고학력 실업자 양산으로 망친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면, 돌아보니 연예인은 대단한 선각자였다.
중국집 배달하다가, 연극 포스터 붙이다가, 영화 스태프로 기다가, 여기저기 빌붙어 살다가, 그렇게 10대와 20대 청춘을 불사르다가 마침내 스타가 되었다는 성공담을 마지막으로 들어본 게 언제였던가. 돌아보니 그렇게 데뷔한 선배 연예인들은 ‘대학 무용론’의 빛나는 전설이자 학력 해방의 전위였다.
물론 누구나 연예인이 되는 건 아니나, 고등학교는 입시학원이요 대학교는 취업학원일 바에야, 내 가슴의 방망이질을 따라, 부모와 교사와 지식인이 합창하는 “대학가야 사람된다”는 협잡을 뚫고 용수철처럼 튕겨나간, 그리하여 당장은 춥고 배고프나 욕망의 리듬을 타는 모든 청년에게 연예인은 찬란한 등불이었다.
그러던 연예인이 고작 대학 간판 앞에서 희미한 촛불로 전락하고 급기야 다 타버려서 연기만 남아버렸다. 연예인이란 모름지기 시대의 반항아이자 체제의 탈선자이며 사랑의 방랑자로 살아서 연예인 아닌가. 그런 연예인에게 명문대 들어가는 일이 뭔 짓이며 대학 졸업증은 또 뭐에 쓴단 말인가.
길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자. 만약 당신에게 10억원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또는 1년 뒤에 무조건 죽는다면, 대학에 가겠습니까? 십중팔구 “미쳤습니까!” 한다. 대학이란 헛 폼 잡는 일이다. 나만 안 가면 허전하니까, 좀 참신해 보이려고, 달리 할 일이 없어서, 효도하려고 가는 곳이 대한민국 대학이다.
이미 뜬 연예인이면 수업 일수 못 채우고 학점 관리 힘들고 캠퍼스 친구도 안 사귈 텐데 더욱 대학 갈 이유가 없다. 그런 대학을 문근영이 가고, 보아가 안 가고, 이민영이 그만 두는 일은 본인 맘이다. 뭐 팬클럽 확대 차원에서 대학 동창 만드느라 간다면 할 말 없지만, 학사모와 졸업장 때문이라면 정말 말리고 싶다.
대학 나와서 연예인 한다면 모를까. 이미 연예인 된 거라면 차라리 인문학 책 읽고, 방송국이나 촬영장 바깥에서 인생 경험 쌓고, 사회 참여 활동으로 얻는 배움이 훨씬 크다. 엉뚱하게 대학 장사 홍보해주면서 학벌 지상주의와 고학력 실업자의 사기 놀음에 연예인이 가담할 이유가 뭔가. 그냥 그대로 잘 나가라.
참, 내가 꼽는 연예인의 첫째 미덕은 ‘광고 출연 가려서 하고 사회적 책임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광고를 피하는 것이다. 둘째 미덕은 ‘스타일수록 무명의 선남선녀와 스캔들 나는 것’이다. 가급적 재벌가니 명망가니 하는 집안과 혼인하지 않는 것이다. ‘대학 무시하는 것’과 더불어 이 세 가지는 연예인을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그런 재미도 안 줄 바에야 연예인도 학점 따지고 필기시험 봐서 뽑지. 하여튼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비하의 뜻으로 쓰인 ‘딴따라’와 ‘날라리’의 정신을 시급히 되찾아야 할 만큼 요즘 젊은 연예인들은 쓸모없는 대학에 너무 미련이 많다. 연예인이여, 공부에 뜻 없거나 부모 빽 없는 청소년들에게, 제발 희망을 주자. 괜히 대학가지 말고.
김종휘/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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