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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6 18:10 수정 : 2005.11.06 18:10

유레카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죽은 패트릭 스웨이지의 영혼은 애인 데미 무어 곁을 떠나지 못한다. 사랑을 잊지 못해 가야 할 세상으로 가지 못하는 것이다. 불가에선 이처럼 겉도는 영혼을 중유(中有) 혹은 중음신이라고 한다. 중생이 죽어 다음의 생을 받을 때까지 어중간한 상태를 뜻한다.(시공 불교사전).

4세기 북인도의 승려 사친은 <아비달마구사론>에서 뭇생명은 다음 네 가지 모습으로 변화·전생한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모습, 죽은 모습, 다시 생명을 얻어 태어나는 모양, 그리고 중유가 그것인데 ‘중유는 생전에 갖고 있던 지배적인 의식, 곧 원한과 분노 애착 따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스웨이지의 영혼이 꼭 여기에 해당한다.

사랑의 감정만이 아니라 분노나 탐욕도 마찬가지다. 중음신은 그런 감정 때문에 영적인 마음을 열지 못하고, 새 생명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현실의 고통은 중유의 세계로도 연장되는 셈이다. 민속 신앙에선 원한 맺힌 영혼은 구천을 떠돌며 독한 기운(살)으로 산 사람에게 해코지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귀신이다. 살풀이란 사자의 이런 한과 분노를 풀기 위한 해원상생 굿이다. 불가에선 일주일에 한 번씩 일곱 번, 독경과 기도로 중음신을 집착의 사슬에서 벗어나 새 세계로 천도하는 49재를 지낸다. 기독교의 중보기도 정신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서울대병원 영안실에는 방글라데시 노동자 모하메드 로빈의 주검이 38일째 냉동고에 갇혀 있다. 10년 전 25살 때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해 방직·도금·이불 공장 등 거친 일에 청춘을 바쳤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악성 심장병뿐.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주검으로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49일 이전에 고향으로 돌아가 맺힌 한 풀고 좋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기도한다. 문의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02-3672-9472).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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