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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8 18:17 수정 : 2005.11.08 18:17

박종현 국회도서관 금융담당 연구관

경제전망대

지난달 말,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앨런 그린스펀의 뒤를 이어 벤 버냉키 프린스턴대 교수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새로운 의장으로 지명했다. 이 소식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의 급등으로 이어졌으며, ‘버냉키 효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버냉키 효과는 미래의 연준 의장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 평가일 뿐 아니라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희망 섞인 기대의 결과이기도 하다. 버냉키는 그동안 금리인상 기조를 주도해왔던 그린스펀과 달리,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시장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버냉키는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 경제에 루스벨트 시대와 같은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제안했으며, 2002년에는 미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고 공격적인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장은 이러한 발언들로부터 물가안정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버냉키의 모습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일관되게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의 도입을 주장해 왔다는 점이 알려지고, 그린스펀 시대의 정책기조를 계승하겠다는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주가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렇더라도 향후 연준의 정책기조는 금융완화 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버냉키는 인플레이션 그 자체에 대해 완강하게 반대하는 강경파는 아니며,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집값이나 주가와 같은 자산가격보다는 소비자물가의 동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에너지가격 상승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의 확대에 따라 소비자물가의 상승 요인은 크지 않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자산가격 거품을 정책적 고려 대상 속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금리인상의 필요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는 이 점을 특히 우려한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집값 거품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선제적인 금리인상이 여전히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처방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버냉키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와 집값 거품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경제전문가들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린스펀이 전설적인 중앙은행가로 기억되고 있는 것은 단편적이고 때로는 상호모순적인 자료들로부터 경제의 흐름을 읽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내린 판단을 시장이 수긍하도록 설득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버냉키 자신도 연준 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가속페달과 브레이크가 고장나고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에 비유한 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경제를 안전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비범한 상황판단 능력과 자기확신, 그리고 금융시장과의 소통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폴 크루그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경상수지 적자나 집값 거품 등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연준 의장의 결단과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순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만약 버냉키가 그린스펀 못지 않은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여 미국 경제를 다시 순항시키게 된다면, 우리는 장기집권하는 또 다른 ‘마에스트로’를 부러움을 안고 지켜보게 될지도 모른다.

박종현/국회도서관 금융담당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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