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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0 17:40 수정 : 2005.11.10 17:42

김종구 논설위원

아침햇발

유명인사들의 결혼이나 헤어짐, 재결합 따위는 언제나 대중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다. 바람을 피워 갈라선 영화배우 주드 로와 시에나 밀러가 심야에 깜짝 데이트를 했다는 것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큰 화젯거리가 된다. ‘서태지와 아이들’ ‘예쵸티’ ‘에스이에스’ 등 왕년에 명성을 떨쳤던 멤버들이 다시 합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여전히 열성팬들에게는 뜨거운 관심사다.

재결합은 연예계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정치권에 짝짓기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재결합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 “전통적 지지표 복원” 발언이 있고 난 뒤 열린우리당 내 통합론자들의 표정에는 화색이 돌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재결합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열린우리당 내부의 반대도 심하지만 민주당도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이나 하면 모를까”라면서 한껏 콧대를 세우고 있다. 통합론에 쏟아지는 일반인들의 냉소도 만만치 않다. 열린우리당이 창당 당시 내걸었던 지역구도 극복, 정치 선진화 등의 고상한 명분과 이념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엊그제까지는 한나라당에 구애 공세를 펼치더니 지금은 옛 애인에게 매달리는 행태를 뭐라 설명할지, 합당을 통해 자신들이 그토록 반대했던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가자는 뜻인지 등 비판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통합이야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과연 재결합을 하면 행복할지도 의문이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남편과 헤어졌다가 재결합한 어떤 ‘고민녀’의 상담 문의와 충고가 있어서 인용해보고자 한다. 여기서 지적한 ‘재결합이 해피엔딩이 되기 힘든 세 가지 이유’는 이렇다. 첫째, 기대치가 높아졌다. 둘째, 아픈 추억이 많다. 셋째,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필부필녀들의 애정 문제를 정치 세계에 대입하는 게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사 돌아가는 이치는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지금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아도 매몰차게 내 손을 뿌리치던 모습이 떠오른다”든가 “뒤돌아 서서 소금 뿌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따위의 통속적 이야기는 결코 사사로운 남녀 관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최근 파경을 맞은 한 여가수는 헤어진 남편을 향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는데,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쌓인 감정의 더께를 보면 두 당은 그 여가수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통합론의 가장 중요한 근거이자 목표는 전통적 지지표의 복원이다. 민주당 분당을 가슴 아파 했던 상당수 유권자들의 가슴 한구석에는 어떻게든 두 당이 다시 합쳤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과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두 당이 재결합을 해도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라. 예전에는 헤어졌던 부부가 우여곡절 끝에 재결합하는 것으로 끝을 맺으면 시청자들이 박수를 보냈으나 요즘 반응은 꼭 그렇지도 않다. “너무 작위적인 결말”이라든지 “구시대적인 가정 이데올로기” 따위의 매서운 비평이 쏟아진다. 정치 세계에서도 시청자들의 감각과 눈높이는 예전과 달라졌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정치 드라마의 수준 향상을 외쳐온 열린우리당의 공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 통합론자들이여, 결코 기죽지 마시라. ‘헤어졌다 다시 만난 사랑 두 배로 다지는 법’도 있으니까 말이다. 역시 고민녀에 대한 충고에서 따온 이야기다. 첫째, 180도 변신·변신·변신. 둘째, 욕심과 기대를 버려라. 셋째, 과거는 묻지 마세요. 문제는 그것이 과연 말처럼 쉬우냐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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