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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0 17:56 수정 : 2005.11.10 17:56

김일태 서울시립대 교수, 반부패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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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도의 한 농촌마을에서 우리 사회 부패구조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비리 사건이 적발된 적이 있다. 마땅히 안전하게 처분하기로 하고 돈을 받아 수거한 폐슬러지를 농촌의 마을에다 장기간 불법매립한 혐의로 산업폐기물 처리대행업체의 대표가 구속된 사건이었다. 이런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단속해야 할 담당 공무원이 무려 4년 동안이나 계속 뇌물을 받고 눈감아 주었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건 이를 안 주민들과 신문기자들이 그 사실을 고발하기는커녕 오히려 업체를 협박해 지속적으로 돈을 뜯어왔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도 한 광역단체의 부지사가 그린벨트를 풀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고, 건설회사와 결탁한 재개발조합장의 비리사건이 터졌다. 서울 화곡동의 또다른 재건축 비리 사건에서는 조합장, 시공사, 감리인, 공무원이 서로 뇌물을 주고받는 ‘비리 백화점’ 양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언론은 이 사안의 심각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상존하는 부패의 하나를 사실보도하는 차원에서 그치거나, 돈을 어디에나 썼는가 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려 하고 있다. 국민들도 “눈먼 개발이익을 얌체처럼 저희가 먼저 챙기려 하다가 그거 잘 되었다” 하는 듯 무관심하게 넘어가 버린다.

그러나 얼핏보아 늘상 접하는 개발과 부실공사에 관련된 비리처럼 보이지만, 이들 사건은 결과적으로 도시의 환경파괴를 촉진하는 ‘환경부패’가 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숨어 있다.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 개선 등 도시 재정비 사업에서 지주들은 자신들의 개발이익을 다 챙겨야 하고, 사업비에는 부패 관련 비용을 모두 포함해야 하니 그렇게 고밀도로 개발하면서도 채산성이 없다고 버티게 된다. 이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과도한 개발은 도시환경 파괴는 물론 각종 도시문제를 유발하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

온 국민이 눈먼 개발이익을 챙기기 위해 경쟁적으로 개발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의 국토와 환경은 심각하게 멍들어가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노리는 과도한 개발행위들은 그로 인해 당장 피해를 당한 사람이 없다는 데에서 묵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와 후손들의 건강을 착취할 파렴치한 환경부패다. 그럼에도 마땅히 경종을 울려야 할 언론과 공권력은 이런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서인지 적당히 눈감아 버리고 마는 것 같다.

철저히 사회로 환수되지 못하는 개발이익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암세포인 부동산투기와 부정부패의 가장 큰 온상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개발이익의 철저한 사회적 환수 없이 부정부패를 방지하려는 노력은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이 되고 만다. 아무리 철저한 부패방지 시스템을 만든다 하더라도 눈먼 개발이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한, 어느 누구도 그 강렬한 유혹을 떨쳐 버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05년 부패인식지수(CPI) 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점을 받아 159개국 중 40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실망스러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에 환경부패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이제 정부는 부패방지 차원에서라도 개발이익의 환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도 자녀의 아토피 때문에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을 만큼 망가진 우리 환경에서 환경부패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사회악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일태/서울시립대 교수, 반부패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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