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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사회부 사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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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불가근 불가원!’ 기자와 취재원의 거리와 관련해, 매일 특정 집단과 같이 살다시피 하며 취재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사고방식에 젖어들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는 것을 경계하는 기자 사회의 격언이다. 경계해도, 한 출입처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경계를 넘는 경우가 생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 때다. 당시 기사를 쓰기 위해 텔레비전을 지켜보면서 ‘검사들이 당하는구나!’ 하면서 안타까웠다. “노 대통령께서도 취임 전 부산동부지청 검사에게 전화해 뇌물 관련해서 청탁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검사의 말에 인사권자인 노 대통령은 “이렇게 하면 막가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검찰 중립은 정치인들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고 검찰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훈시’도 했다. 노 대통령이 휘두른 인사권이 대선 때 자신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 검사장들을 무더기로 몰아내는 대신 그를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은 검사장들을 중용하는 양상이었음에도 “과거 문제 있던 시절에 많이 젖어 있었던 현 검찰 수뇌부를 두고 개혁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도 나를 웃겼다. 그런데 그 직후 쏟아진, ‘검새’ ‘검사스럽다’ 등 검사들에 대한 국민의 ‘결빙점 이하’의 반응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나도 어느덧 검새가 된 게 아닐까?’생각해 봤다. ‘검사들은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애타게 바라는 것인데 …, 그런데 국민은 왜 이럴까?’ 내 결론은 ‘잘나가던 시절 검찰의 업보’였다. 예전 특별검사제 도입 논의가 있었을 때 정의감을 갖고 정말 열심히 일하는 대부분의 검사들 가운데는 찬성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전체 사건의 1%도 되지 않는 정치적 사건의 처리 때문에 검찰 전체가 욕을 먹어 왔는데, 이런 사건들을 특검으로 넘겨버리고 이젠 욕먹지 말자는 것이다. 이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총장이 사표를 내는 정도까지 와 있다. 자칫 ‘검찰 파쇼’까지 우려될 정도다. 그런데 과거 ‘정치적 외압이나 고려’가 차지했던 자리를 이젠 ‘자본의 힘’이 차지한 것 같다. 죽은 재벌에 대해서는 ‘하이에나’가 되지만, 살아있는 재벌에 대해서는 ‘변호인’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그렇게 생각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검찰! 너희가 나(박용성)를 구속시킬 수 있어?’ 두산 수사 기간 두산중공업 노조원들이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들고 있던 손팻말 문구에 검찰은 ‘화답’했다. 두산 총수 일가 불구속 결정은 정상명 총장 내정자의 첫 작품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검찰은 현재 삼성과 관련해 에버랜드, 서울통신기술, 삼성에스디에스 등에서의 이재용씨에 대한 일련의 편법증여 사건과 그가 운영하던 이(e)-삼성 부당지원 사건, 엑스파일 사건 등 국민의 관심이 큰 사건들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 안에서는 ‘삼성 장학생’의 존재가 공지의 사실이다. 명절이나 휴가철에 주요 보직자들에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관행적인‘떡값’이 뿌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간혹 안 받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가 받아 왔다고 한다. 그리고 ‘삼성에 찍히면 주요 보직을 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알 만한 검사들은 다 알고 있다. 평소 여기저기 뿌린 ‘떡값’을 통해 삼성이 검찰 인사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란다. “이번 결정은 두산보다는 삼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 절절히 와닿는 이유다.김인현/사회부 사건팀장 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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